가방 들어주는 아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사계절 저학년문고 26
고정욱 지음, 백남원 그림 / 사계절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을 굳이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 구분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장애인'이다. 이 세상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동 시대를 살아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말을 하기가 무색하게도, 우리는 장애를 불편하고 어색하게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눈에는 불편함과 동정으로 가득하다. 특히나 어린이들은, 선과 악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남과 '다르다'는 것에는 굉장히 예민한 시기도 하다. 때문에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타인에게 굉장히 악랄해질 수 있는 시기이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고정욱님은 이런 장애를 소재로 죽을 때까지 작품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분이다. 그런 그이기에 아마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장애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바로 그런 장애인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석우는 2학년이 된 첫날, 1년 동안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임무를 선생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 목발을 짚고 항상 휘척휘척, 느릿느릿 걸어야 하는 영택이의 가방을 매일매일 들어주어야 하는 일, 석우는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 찔뚝이 부하라는 아이들의 놀림도, 가방을 들어다 주느라 방과 후 친구들과 축구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 짜증을 달래어 주는 것은 영택이 엄마가 주는 아이스 크림과 "선행"을 한다며 석우를 치켜세워주는 어른들의 칭찬이다.

 

1년 동안을 그렇게 영택이의 가방을 아침 저녁으로 들어다 주며 석우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장애와 그러한 자신의 탄생을 원망하는 영택이의 뼈저린 아픔과 고통, 그리고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갑고 역겨운 동정의 시선이다. 1년이 지나 어거지로 했던 선행을 그만두어도 되었던 날, 석우는 이제 더이상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 한 켠이 무겁다. 그리고 전교생 앞에서 선행상을 받게 되었을 때, 석우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자신의 용돈을 모아 그토록 석우가 입고 싶어했던 파카를 샀던 영택이의 친구를 향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석우는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억지로 하게 된 선행을 통해 석우가 얻은 것은 비단 선행상만이 아니다. 세상을 좀 더 균형있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석우와 자신의 장애를 떨쳐내기 위해 용기를 내게 된 영택. 이 두 아이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은 이야기다. 가느다란 외 끈 하나가 달린 가방, 그 가방이 가져다 준 감동은 너무나도 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