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파운드... 삶과 죽음의 경계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가난한 친구 바시니오를 위해 돈을 빌려려는 안토니오에게 체불의 경우에 그의 '심장 근처의 살 1파운드'를 요구한다. '심장에서 가까운 곳의 살 1 파운드' 그 섬찟한 조건을,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안토니오는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이고, 풍랑에 상선들을 모두 잃고나서야 그 조건이 얼마나 무섭고 섬뜻한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1파운드 정도의 살, 사실 그 1파운드가 안토니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배를 모두 잃은 안토니오에게 있어 1파운드는 그 이상의 엄청난 무게의 존재감을 주었다.

세익스피어의 '1파운드'가 너무나도 강렬했던 탓일까?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의 슬픔]을 처음 보았을때 나는 세익스피어의, 안토니오의, 포샤의 그 1파운드를 떠올렸다.


1파운드, 그리고 사랑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는, 세익스피어의 '1파운드'처럼 삶과 죽음을 가를정도로 엄청나게 무게감을 지니고 있지않다. 심장근처의 살1 파운드는 어느 사람의 목숨이나 좌지우지할 정도의 무게감은 가지지 않는다.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는 목숨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무게감을 지닌 아주 귀엽고도 중요한 녀석이다. 바로.. 사랑! 1파운드 정도의 요 녀석이 바로 사람을 슬프게 만들기도, 무력감에 빠지게도 하고, 반대로 사람을 활기차고 즐겁게 때로는 새 삶을 사는 것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게도 한다.

 

[1파운드의 슬픔]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10여편 담겨있다.

권태에 빠져 무력해있던 여심을 흔들어놓은 애틋한 감정과 용기를 내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1파운드의 슬픔]을 통해서 나는 아주 가볍게 다른 이의 사랑을 훔쳐볼 수 있었다. 비록 단편인 탓에 조금은 진중하고, 무게감있는 그런 이야기는 읽을 수 없었지만 마치 바람결에 지나가는 친구의 사랑이야기, 옛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처럼 그런 약간의 두근거림과 흥분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어쩌면... 이시다 이라는 남성이면서도 이렇게 여성의 마음을 잘 집어낼 수 있었을까? 그가 서술하는 섬세한 여심을 따라갈 때마다 가끔은 그가 남자작가라는 사실을 잃어버린다. 이건 가볍고 부담감없으면서 섬세한 일본소설 특유의 성격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의 무게를 1파운드로, 그리고 그 사랑의 무게를 다시 세익스피어의 '1파운드'로 그리고 삶과 죽음으로 연결시키면서.. 처음과는 달리, 요 1파운드라는 무게의 사랑이란 녀석이 그다지 만만하지만은 않은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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