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파리의 뒷골목을 따라서...

파리에 가면 키스를 훔쳐라 - 에로틱 파리 스케치
존 백스터 지음, 이강룡 옮김 / 푸른숲 / 2007년 7월

파리? paris?

왠지 길거리마다 열정적으로 서로에게 프렌치 키스를 퍼붓는 연인들이 있을 것 같은 도시.

태양왕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베르사이유의 궁전.

파리와 프랑스의 이미지는 곧 예술과 열정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가보고 싶어한다는 도시 파리.

하지만 이 도시가 사실은  그 곳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는 못한가보다.

세계적 관광도시인 만큼 관광객에게 한없이 친절해보이는 도시이지만 사실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은 도시란다.

이처럼 파리는 두 얼굴을 가진 도시이다.

한편으로는 세계를 상대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매혹적인  얼굴을 가진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찾아온 관광객을 맞이하는 무뚝뚝한 얼굴.

정말 맨얼굴을 드러낸 파리를 보고 싶다면, 또 알고 싶다면 그냥 스쳐지나가며 나름의 환상을 박물관이나 궁전을 둘러보며 충족시키기 보다는 주저물러앉아 파리라는 그 복잡 미묘한 - 여자의 속내보다 더 복잡한!- 속을 들여다보는 편이 더욱 좋다.

존 벡스터.

에로틱 파리 스케치의 저자인 그는 다시 만난 옛사랑을 따라 파리로 온다. 어떠한 삶의 기반도 없는 그가 믿는 건 그의 연인 뿐. 그가 파리에 거주하게 된 이유는 사뭇 프랑스적인 듯하다. 사랑이라는 감정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결심을 내린 그는 프랑스에 매우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냥 스쳐가는 여행객으로 찾아온 파리가 아니라 연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터전으로 찾은 파리는 그에게 화장기 없는 맨얼굴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고서적전문 헌책방과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던 오래된 카페.  그리고 물랑루즈 이외에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파리의 홍등가와 유명한 사람들의 놀랍고 엽기적인 일화.

저자는 그곳에 주저 물러 앉아 가족을 꾸리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답게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루브르박물관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를 통해 프랑스 사람들이 살아가는 프랑스적인 삶과 별로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일화. 그리고 별것 아닌 것을 통해 프랑스와 외국간의 미묘한 감정싸움 등을  알아간다.

그리고 더불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파리의 이면과 동시에  my way를 외치며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던 저자가 사랑을 쫓아 파리로 옮겨오고 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그리고 마침내 너무나 예쁜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인사들의 뒤 이야기를 듣고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파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보다 완벽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듯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에 녹아들어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