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일본작가의 이름은 생경할지 몰라도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조해낸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은 너무나 유명하다. 바로 아마기 세이마루라는 일본 만화가의 작품인 <소년탐정 김전일> 탓이다. 매번 사건을 해결하려고 할때마다 김전일이 운운하던 김전일의 할아버지, 일본을 대표하는 명탐정이 바로 이 긴다이치 코스케이다. 이렇게 매번 손주가 부르짖어준 탓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추리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인물이긴 하지만 정작 이 긴다이치 코스케가 왜 일본을 대표하는 명탐정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그러했다. 과연 이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사건을 해결했는데 이렇게 유명한 걸까... 하고 궁금함이 무럭무럭 자라날 그 무렵에 나는 일본 smap의 멤버인 고로가 주연한 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 드라마가 바로 이 긴다이치 코스케 이야기를 영상화한 것이었고 그 드라마 안에서 고로는 긴다이치 코스케로 분해있었다.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을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손에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엄청 구미가 당길 제목의 책이 들어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이야기는 지금은 잊혀졌지만 잠시동안 유행했던 한 공놀이 노래에 맞춰 고립된 마을안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이를 긴다이치 코스케가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더구즈등과 같은 전래동요에 맞춰 고립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해되어가고 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솔직히 말하자면 추리소설에서는 너무나 흔한 설정이다. 더군다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이 추리소설의 대작으로 뽑히는 작품 탓에 이러한 설정은 매우 흔함과 동시에 작품성이나 플롯등을 구성하기가 매우 힘든 설정이기도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설정이 너무 유명한 탓에 범인의 존재를 숨기고 이야기 자체도 한번 비틀것을 두번을 꼬아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나는 활자로는 처음 만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상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부담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골은 꽤 폐쇄성을 띤 공간이기도 하고 실제적으로 폐쇄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일본의 고립된 한 마을에 휴양차 들린 코스케는 아주 예전에 일어났던 미스테리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흔해보이는 살인사건이지만 미궁속으로 빠진 이 사건은 조그만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단박에 바꿔놓았고 아직도 마을에는 그 사건의 여운이 감돌고 있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마을 출신 여배우의 화려한 귀향이 불러온 시끌벅적 요란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마을 전체를 혼란으로 끌고간다. 죽은 줄 알았던 이의 귀환과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의 실종. 그리고 이어지는 꽃다운 처녀들의 기괴한 죽음. 사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목으로 사용된 공놀이 노래라기 보다는 일본시골에서의 두 집단의 권력싸움과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시골과도 비슷한 일본 시골의 폐쇄성과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대충 누가 범인이고 어떻게 이야기가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손에서 놓지않고 마지막장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힘은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원초적인 의문이 아니라 각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에 대한 궁금함이다. 여러사람들이 얽히고 설킨 과거의 사건과 한 사람의 추악하고 비 윤리적인 과거, 그리고 그 과거가 만들어낸 지금의 혼돈. 이들의 조합은 범인과 죽음에 쫓기는 스릴과는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범인이 누군가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추리소설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