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
알랭 비르콩들레 지음, 호세 마르티네스 프룩투오조 자료협조, 이희정 옮김 / 이미지박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리저리 비죽비죽 제멋대로 뻗친 노란빛 머리.
자유롭게 휘날리는 빨간 머플러,
복숭아께까지 내려오는 파란 윗 옷.
 
생떽쥐페리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의 작품 <어린왕자>속 어린왕자의 모습이 어느새 나에겐 생떽쥐페리의 모습으로 각인되어버렸다.
 
사막에 추락한 비행사처럼, 그 자신도 사막 어딘가에 추락해 그후론 다시 볼 수 없어져 버린 생떽쥐페리는 전세계 모든사람들에게 신화적인 인물로, 영원히 죽지않을 그런 인물이 되어버렸다.
 
몇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견고하게 쌓아 올려진 생떽쥐페리의 그 신화적 환상의 벽을 깨는 것은 거의 금기와도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셍떽쥐페리는 영원히 늙지않고, 영원히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영원의 사간을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되어왔고, 어느누구도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반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래서 <생떽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을 한장한장 넘길때 마다 근원을 알수없는 미세한 떨림으로 내 심장이 꽉! 쥐어졌다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생떽쥐페리. 그에게 아름답고 자유로웠던, 그리고 그가 사랑을 맹세했던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야 알았다. 영원한 어린왕자의 이미지였던 생떽쥐페리에게 아내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볼 엄두도 내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의 첫장부터 나의 환상은 깨어졌고, 책을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깨어진 환상의 조각을 주워담는것도 포기해버릴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콘수엘로가 간직했던 자료와 그녀의 비서였던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때문에 생떽쥐페리의 입장이 아니라 콘수엘로의 입장으로 그 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영원한 동반자였지만 함께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관계가 된 앙투안과 콘수엘로. 서로를 사랑스런 애칭으로 부르며,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다짐하지만 함께 있게되면  콘수엘로의 심장은 매순간 바늘이 찔리는 듯 아팠다.
 
앙투안의 가족들의 결혼반대와 무시 그리고 앙투안의 복잡한 여자관계. 모두가 콘수엘로에게는 장애였고 상처였다. 활기차고 매력적이었지만 콘수엘로 역시 평범한 여자였고,그러한 모든것에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콘수엘로는 다른 여자들처럼 앙투안에게 따지고 들기보다 한걸음 물러서 상처와 고통은 감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켜보는데 만족했다. 이건 아마도 앙투안의 사랑을 믿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나는 그야말로 있기 어렵다는  "첫눈에 반한다"는 앙투안의 사랑을 보았고, 그와 그녀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 서로에게 넘쳐나는 사랑과 그에 대한 갈구를 보았다. 앙투안은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콘수엘로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콘수엘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랑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그들의 결말은 다들 알다시피 다소 비극적이었다. 앙투안의 실종후 콘수엘로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졌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콘수엘로를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없었던 존재처럼 되버렸고,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책의 말미에 보면...
왜 우리가 콘수엘로의 존재를 잘 몰랐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부분이 나온다. 생떼귀페리를 전설화 신화적존재로 만들어버린 앙투안의 주위사람들이 그 신화를 더욱 견고히 하기위해 콘수엘로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난 생각한다. 과연 콘수엘로가 아니면 앙투안의 그 주옥같은 작품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앙투안은 어린왕자였고, 콘수엘로는 그 어린왕자의 장미였다. 비록 같이 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멀리서 갈구하면 사랑을 주고받을수 밖에 없는 그런 그들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앙투안에게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앙투안은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돌아갔듯이 콘수엘로에게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그리고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우리가 무의식에 쌓아올린 생떽쥐페리의 신화도 그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밑에는 진실이 깔려있긴하지만..
생떽쥐페리는 다른시선으로 보면 난잡한 여자관계를 가지고 부인을 힘들게 했으며, 세간의 오해로부터 아내를 지켜주지도 못한 못난 남자다.
하지만 그런 못난 남자이지만 콘수엘로라는 자신의 천생연분이 있었기에 그의 현재의 신화가 이룩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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