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페트라 함메스파 지음, 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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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를 불문하고, 사람에게 있어서 어떤 감정이 우선되는 것일까?
흔히들 하는 말로 사랑와 우정, 또는 감정과 이성중에서 어떤것이 먼저여야 하는 것일까?
 
페트라 함메스파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의 여작가가 쓴 위증은 추리소설(혹은 스릴러)의 형식안에서 이러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레타와 테스라는 여자가 있다. 둘다 그다지 부유하지 못한 집에서 자랐다는 공통점만 빼면 그 둘은 서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예쁜 외모를 자랑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에게 빠져들게 만들지만 공상이 너무 뛰어나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인 테스. 그리고 항상 부시시하고 숯이 많은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쓴 볼품없지만 노력가에 변호사로 성공한 그레타.  이렇게  다른 둘을 이어준것은 바로 테스의 활발한 성격과 거침없는 사교성덕분이었다. 그래서 그 둘은 그렇게나 다른 부류이면서 초등학생시절부터 성년이 될때까지 절친한 친구사이로 남을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둘 사이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담당자는 니클라스라는 부르주아 출신의 변호사이다. 그레타가 성년이 되고나서 자신의 노력으로 서서히 미모에 빛을 발해갈때쯤 만난 사이로 결혼까지 약속했었지만 니클라스가 테스를 보고 반해버리는 고로, 둘의 사이는 그냥 파트너 그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워낙에 생활이 억압을 받지 않았던 테스는 이름모를 남자(유부남이 확실한) 와 불륜을 하다가 맨디라는 아이를 낳는다. 그 사이 그레타는 이웃에 이사온 얀이라는 작가에게 마음을 뺏긴다. 하지만 얀은 테스와 결혼을 하게되고, 그레타는 또다시 비탄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테스가 죽었다.
얀을 그레타에게 전화를 걸고, 그자리에 도착한 그레타는 얀과 알리바이를 구상한다. 그동안 얀이 써온 소설들-미성년자를 강간하고 죽이는-과 니클라스가 조사한 얀의 과거 -어머니에게 학대받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살인범으로 지목되 감옥에서 자살한다-를 통해 얀에 대한 그 굳은 믿음이 흔들리고 있던 그레타 였지만 그레타는 얀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바치기까지한다.
 
하지만 니클라스는 얀이 테스를 죽였다고 확신한다. 그동안 테스에게서 언뜻언뜻 감지 할 수 있었던 학대의 흔적들, 그리고 밝혀지는 얀의 과거와 그의 소설의 연관성들.. 얀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정황적 물증들이 갖추어 진 것이다. 그리고 그레타에게 현실을 일깨우려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그레타에게 어쩌한 조언이나 주장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여기서 그레타는 촉망받는 변호사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다. 더불어 십수년을 친우로 지내왔던 테스보다는 이제 겨우 안지 얼마되지 않은,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던 얀을 더 생각한다. 그가 범임으로 의심받을까봐 사실을 밝히긴 커녕 오히려 알리바이를 조성하고, 얀의 무죄방면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니클라스마저 끌어들인다.
그렇게 자신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성공에 대해 자부감을 갖던 그레타가 단지 사랑이었다는 감정하나로 모든것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우정도 자신의 커리어도 상관없이.. 직업적 윤리마저 훼손해 가면서... 조금은 여자로서 상처를 받는 부분이다. 여자는 왜 항상 여러 문학에서 몇가지 부류로 밖에는 그려지지 않는 것일까?
항상 사랑이 앞서거나 혹은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듯한 냉혈 커리어우먼밖에는 여성 캐릭터의 설 자리는 없는 것인가.. 아쉽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복잡한 감정선을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캐릭터는 얀과 니클라스, 두 남자 캐릭터이다. 학대받은 상처로 가학적이게 변하지만 천진무구한 그래서 더 무서운 얀과 부르주아 변호사 가문 출신으로 그레타에게 거부당하면서도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래서 그녀가 사랑하는 얀을 미워하지만 얀의 변호를 맡는 니클라스.
전형적으로 틀에 맞춰진 여성 캐릭터들 보다 오히려 남성 캐릭터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화자인 니클라스를 따라가다보면 여성독자라 하더라도 남성인 니클라스의 심리상태와 그 변화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읽는 순간부터 누가 범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테스의 체내에서 발견된 정액의 주인이 얀이 아님이 밝혀지고, 비밀에 휩싸인채 돈을 지불하고 한때는 폭력을 휘둘렀던 맨디의 생부의 정체도 드러난다.
과연 테스를 죽인것은 얀인가? 아니면 맨디의 생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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