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로 대표되는 러시아 문학. 하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호들도 자기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하지만 민음사의 책에는 간단히 푸슈킨이라고 되어있으니, 푸슈킨이라고 하자.(푸슈킨이 푸시킨보다 훨씬 정감간다고 느낀다.하하!) 아무튼 푸슈킨이 이렇듯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니 아마도 이 사람의 작품을 읽으면 러시아 문학의 전반적인 느낌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에 백넘버 62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이런 요상시런 제목을 달고 있다. 처음엔 뭔가 싶었지만 알고보니 벨킨 이야기와 스페이드여왕이 수록되있다는 얘기였다.(나만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흠흠.. 부끄럽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커다란 두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먼저 벨킨 이야기. 이 이야기는 조금... 독특하다. 이 벨킨 이야기는 바로 '故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 이야기'라는 긴 제목을 줄여놓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반 페트로비치 벨킨(러시아엔 이반이란 이름이 참 많다... 톨스토이의 바보이반이야기... 아~!) 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쓴 5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다시 말하자면 소설책 속의 소설책인 셈이다. 이 '벨킨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는 [발사],[눈보라],[장의사],[역참지기],[귀족아가씨-농사꾼 처녀]로 이 모든 이야기들은 소설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냥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만 여겨진다. 이는 뭐...어차피 '이건 누구에게서 들었고 저건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라는 식으로 이미 전제를 깔고 들어간 거니까 할말이 없긴 하다. 흠흠... '벨킨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이 5가지 이야기를 보면 푸슈킨이 귀족자제 였음에도 스토리에 그 어떤 귀족적인 화려함이나 우아함을 느낄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귀족아가씨-농사꾼처녀]의 경우에도 신분이 귀족이긴 하지만 영국에서 들어온 이른바 귀족적이고 숙녀다운 아가씨가 나온다기 보다는 그냥 철 없는 귀여운 아가씨가 등장할 뿐이다. 이렇듯 '벨킨이야기' 는 같은 중세를 다룬 세익스피어등과는 다른 이미지의 중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스페이드 여왕'. 이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게 한다. 돈 때문에 예기치 않게 살인을 (참.. 살인이라고 하기엔 허무한) 하게 된 남자가 나중엔 미치게 되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준다. 여기에 약간은 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갖게된 여자도 나와 로맨스를 이룰듯 하지만... 역시나 여기서도 푸슈킨은 귀족들의 로맨스를 보여주기보다는 돈과 물질욕에 대한 사람의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의 과정을 스피디하게 보여준다. 푸슈틴은 이 작품집에서 너무나 과감한 생략을 해 주셨기 때문에 지금 소설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처음 읽고 벙~ 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느낌으로 신선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