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사고 읽게 된 건 순전히 "향수" 때문이었다.
아마도 나 말고도 여러명이 "향수"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출판사의 홍보문구 때문이 아니라도 이 책은 여러모로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림받고, 거의 방임 수준의 양육을 당한 것이 그렇고, 신이 주신 그 천재적인 능력 또한 그렇다. 그루누이에겐 후각, 엘리아스에겐 청각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그리고 남이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만큼의 외모까지 둘은 몹시 닮아있다.
"오르가니스트"의 엘리아스의 외모는 아마도 "향수"의 그루누이가 병을 앓고 나서의 모습과 비슷하거나 아마도 더 심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무튼 "오르가니스트"의 문체나 스토리 전개방식등은 읽는 순간마다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건 아마 두 작가 모두 독일 출신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근래 읽은 작품중 독일 작가는 이 2명 뿐이니까... 이런 것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한다.^^;)
 
하지만 그루누이가 절대적으로 버림받았다면, 엘리아스는 그루누이 보다 좀 더 행복한 편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비록 맘을 전하진 못했지만) 여자도 있었고, 그리고 어찌 됐는 절대적인 인연의 끈으로 묶인 친구도 있었다(비록 그 친구가 악랄해 보일지라도...) 그리고 친부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준 아버지도 있었고, 멍청한 바보였지만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동생도 있었다.
이런 차이가 그루누이는 살인자가 되었지만, 엘리아스는 위대한 오르가니스트가 되게한 것이 아닐까?
 
사실 "향수"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홍보를 한게 지 무덤을 지가 파고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향수"는 한국에서 꽤난 넓은 독자층을 자랑하며 초판 인쇄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이른바 스테디셀러랄까?
그렇기 때문에 "향수"를 이용한 출판사의 홍보방법은 단시간에 판매고를 높이고 인지도를 높이는데에는 이득이 되는 방법일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아마도 "향수"만큼의 기대도를 가진 독자라면 "오르가니스트"에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향수"와 "오르가니스트"를 떼어놓고 본다면 "오르가니스트"도 충분히 주목 받을 만한 작품이다.
특히나 작가의 처녀작임을 감안하자면... 앞으로 이 작가의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다.
 
"향수"를 기대하는 자에겐 권하기 어렵고(나 자신이 약간 실망했기 때문에) 그냥 우연으로라도 인연이 되서 보게 되는 사람에겐 즐거움을 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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