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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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책. 노란 옥수수빵파랑색? 이게 무슨 뜻일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옥수수빵파란색 사이의 연관관계를 궁금해하면서 책을 들었고, 책장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옥수수빵파랑"은 작가 이우일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옥수수빵파랑"이라는 제목에 가려 내가 보지 못한 부제목, [my favorite things]. 맞다, "옥수수빵파랑"은 작가 이우일이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책이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웃고있는 흑백이미지가 들어간 파란 표지의 조그만 책.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 "옥수수빵파랑"은 온몸으로 자신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옥수수빵파랑"은 이우일이 좋아하는 55가지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먼저 든 생각은 바로 '이우일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였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xxx이에요.'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어렸을 때는 '노란색'이 좋았고, '아무것도 안 들은  옥수수빵'이 좋았으며, '100원을 내면 10분을 탈수 있는 방방'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과연 좋아하는게 뭐지?'라는 생각을 해보니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나에게 업무를 떠 넘기는 상사, 쌓여만 가는 고지서,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사람, 새치기 하는 사람... 등등. 만약 누군가 나에게 '네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어온다면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줄줄이 쉴 새 없이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것이 뭐야?'라는 질문에는 일단 숨이 턱! 막힐 것 같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투리시간에, 지하철에서 짬짬이 "옥수수빵파랑"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나도 무엇인가 좋아하는게 있는데 무어라고 명확하게 떠오르진 않았다. 아마 정도는 달라도 다들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너무너무나'도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너무너무'좋아하는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너무너무나'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아주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이우일이 아직도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논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자신이 어렸을 때 건, 딸아이가 있는 아버지가 된 지금 이건 그는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 어렸을 때는 미니카를 좋아했고, 약간은 엉성한 장난감을 좋아하는 건 지금도 여전하다. 그리고 딸이 그린 영화그림을 좋아하고, 온 가족과 함께 '스타워즈'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답게 드룩디자인과 아라키의 사진집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옥수수빵파랑" 이 조그만 책이 나에게 던진 큰 화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우일의 '옥수수빵파랑'처럼 나도 한번 그 목록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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