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프로방스라는 프랑스 지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알퐁스 도데의 공이 컸다. 목동의 애틋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별>과 자신의 말로 수업을 배우는 마지막 날을 담아낸 <마지막 수업>. 학창시절에는 알퐁스 도데의 글이 참 좋았드랬다. 힘들여 찾아읽지 않아도 그의 책은 쉬이 구할 수 있었고, 사춘기 소녀의 감성에는 슬픈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알퐁스 도데의 문제가 참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알퐁스 도데의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은 참 프로방스란 곳을 좋아하나보다.'라는 생각도 했드랬다. 프로방스는 어떠한 곳일까? 궁금함에 살짝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었다. 따뜻하고 화사한 햇살이 내려쬐고 그 아래로 푸르른 올리브 나무들과 그 주위로 라벤더가 피어있는 모습. 그야말로  프로방스는 '평화', 그 자체였다.

프로방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이 비단 알퐁스 도데만은 아니다. 폴 세잔과 반 고흐, 에밀졸라.. 이름만 대도 누구나 다아는 유명인사들도 프로방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냥 그런 시골마을 일 수도 있는 프로방스. 하지만 프로방스는 그저그런 시골이 아니다. 프랑스의 수도이자 패션의 수도인 파리와 견주어도 결코 쳐지지 않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나의 프로방스]를 쓴 피터 메일 또한 이러한 프로방스의 매력에 푸욱~ 빠진 사람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국과 프랑스의 뿌리깊은 악감정을 차치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프로방스에 정착한 영국인 피터의 결단은 놀라울 뿐이다.

 

[나의 프로방스]는 피터부부가 프로방스에 정착한 초기의 1년을 그리고 있다. 매 달로 챕터를 나누어 1월에서 12월까지 프로방스에서 일어난 소소한 소동들과 자신들의 일을 통해 관광객으로서는 전혀 느낄수도, 맛 볼 수도 없는 진정한 프로방스의 묘미에 관하여 이야기 한다.

 

따뜻한 태양과 전체적으로 평온한 분위기. 그러한 프로방스의 모습에 반해 휴가철이 되면 전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프로방스를 찾아온다. 하지만 7-8월 요란한 휴가철이 지나가면 프로방스는 한결 조용해진다. 여름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해도 무심히 익어가던 포도를 수확하고, 포도주를 생산한다. 미스트랄이 불 때를 대비해 난방을 확인하고, 미스트랄에 날려간 길을 복구한다. 관광책자에서 보여지는 평온한 그리고 따뜻한 이미지를 좇아 찾아온 관광객들의 눈에는 프로방스에서의 삶이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피터는 프로방스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나의 프로방스]는 읽는 이로 하여금 프로방스에 가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섬세하고 친절한 포스탱, 괴팍스럽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마소, 그리고 연신 '올랄라'를 외쳐대는 메치쿠니를 비롯해 피터가 프로방스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일견 퉁명스럽고 또 자기실속을 챙기는 듯 하지만 그 모두가 약간은 엉성한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같은 프랑스인들이지만 프로방스 사람들에게서는 파리지앵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 

아무튼, 영국사람을 프랑스에 눌러살게 만든 프로방스만의 그 매력이 책을 통해서도 활자로 무섭게 나를 유혹한다. 지금 당장 내가 가고싶은 여행 리스트에 프로방스를 추가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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