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데우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물론 나는 절대절대!!! 모차르트가 그렇게 품위없는 기이한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정도의 허구성만 빼면.. 그 영화는 참.. 너무나 뛰어난 천재와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범인의 괴로움을 너무나 잘 드러내고 있다.

'하늘이시여... 왜 살리에르를 낳으시고 또 모차르트를 낳으셨습니까!'라는 탄식에서 우리는 살리에르의 질투심과 그리고 괴로움을 너무나 잘 읽어낼 수 있다.

만약..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라면 신윤복의 작품을 보고 이런식의 탄식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세계에는 뛰어난 여러 화가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못지 않은 화가들이 있다.

바로 신윤복과 김홍도.

김홍도는 하층민의 삶을 신선하고 생생한 필치로 그려내었고, 신윤복은 조선시대 화가치고는 대담하고 화려한 색채로 양반들과 기생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연배의 차이는 있지만.. 김홍도와 신윤복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살았고. 또 너무나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그런데...

이 두사람은 서로를 그저 동료 화가정도로만 생각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처럼.. 사실은 그 둘도 서로에게 질투와 경외심등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가지진 않았을까?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은 여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정도의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의 경우 순수 픽션보다 쉽게쓰여졌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 의해 (그 누군가가 작가 그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인물의 성격과 나이 그리고 배경이 규정되어져 있는 상황에서 한편의 이야기를, 그것도 재미있게 끌고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보았을때 [바람의 화원]은 매우 잘 쓰여진 팩션이다.

실제로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린(혹은 그렸다고 추측되어지는) 작품들에 대한 세심한 학습과 두 인물이 살았던 그 시대의 정확한 파악, 인물에 전해지는 후일담과 학설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소 황당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의 구성도 '그렇구나'하고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팩션의 측면이 아닌 픽션의 측면에서 보아도 [바람의 화원]은 이야기가 매우 잘 구성되어져 있다.

제자인 신윤복을 보는 스승 김홍도의 뿌듯함 그리고 그에 반하는 동료 화원으로서의 질투심 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매우 잘 표현되어있고, 거기에 더해 이 이야기는 단순한 두 인물의 일대기 뿐 아니라 약간의 미스테리 스릴러의 분위기까지 적절히 띄고 있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스승과 지기, 그리고 사라진 지기의 가족과 그의 작품.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가 어진과 만나 조선왕조를 뒤흔들만한 거대한 스케일로 발전해 나가지만 그 스케일에 인물이나 소소한 사건들이 묻히기 보다는 오히려 더 생동감을 가지게 된다.

 

[바람의 화원]은 [다빈치 코드]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진 팩션들의 범람 속에서 오랫만에 건진, 탄탄한 토대위에 쓰여진 작가의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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