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한가운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처음 읽은 것은 중고등학교때였다.
강렬한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흥분했고,
내 미래도 이렇게 뚜렷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내용은 점점 잊혀지고, 강렬함. 과 니나. 라는 단어만 희미하게 남았다.
얼마전부터 다시 고전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서른 일곱이 된 나는 언니와 만난 서른 일곱살의 니나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니나를 열 아홉부터 자신이 죽을 때까지 지켜봐야했던 슈타인 박사도 만났다.
이제는 니나의 인생에 대한 강렬함보다 슈타인 박사의 자신의 인생에 끌려다니면서
니나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니나의 인생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비춰보면서 얼마나 평온하게 살았는가. 인생은 무엇인가를 뒤돌아보며 막막함을 느끼는 니나의 언니에게 나의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나는 이십년 동안 얼마나 많이 겁을 먹고, 안주하며, 내 삶에 머물렀는가.
하지만 니나처럼 살고 싶은가? 니나만이 생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사람인가?
내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에서인지, 꼭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슈타인 박사는 마지막의 일기에서처럼, 자신이 쫓던 것은 니나가 아닌 자신의 다른 면이었다.
니나는 열정과 자유로움을 움켜쥐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평온함과 안정됨, 누군가에게 복종하는 삶은 얻지 못했다.
결국 누구나 다 자신의 생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이십 년쯤 지난 후에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