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나는 출근길이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십년이 넘는 시간 속에 찾아왔던 수많은 슬럼프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우울하고 멍해지고 위축되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며 경고를 울리고있었다. 회사, 부모님, 우리, 그리고 나를 저글링해야하는 숨막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휴직을 하고 안도감과 함께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찾아왔다. 견디지 못했다는 좌절감, 난 이제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라는 두려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걸까. 이 책을 열어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책 제목을 "어서와 번 아웃은 처음이지?"로 정하는 게 낫겠다싶을 만큼 번아웃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대충 보니 나도 그 절차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좀 훑어보다가 도서관 책장에 다시 꽂아두었다. 아직 나의 번아웃 초급단계보다는 조금 더 진행된 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결핍은 정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성적과 성과 기억 등 다양한 지각 활동과 관련된 부분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 책에서는 특히 빈곤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다루고있는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이 한 줄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느슨함이 필요하다"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책 제목이 내 마음 한 구석에 돌맹이를 던지는 것 같았다. 얼마전 이유를 알 수 없이 꼬여버린 인간관계와 그 원인에 대해 매일 골똘히 생각하면서도 난 아프지 않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7가지 마음의 상처로 장을 나누어 살펴보는데 나의 경우에는 거부와 죄책감, 낮은 자존감 부분에서 내 마음의 약을 찾으려고 주의깊게 들여다보았다. 책을 읽어서 내 마음은 조금 나았을까? 시간이 자연스럽게 도와준걸까? 어느 쪽이든 이젠 다시 되집어봐도 마음이 고요하고 한쪽의 탓도 아니라 생각한다.(즉 내 탓만도 아니다)마음이 종이에 갓 베인듯 욱신거린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