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콘서트 - 희망전도사 이상헌 교수의 에세이
이상헌 지음 / 문화발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희망콘서트와 안철수를 넘어서야 한다‘는 데일리안의 기사를 보았다. 보수나 진보나 자신들의 정당정치를 위협하는 인물로 안철수를 생각하고 견제구를 날리는 것이겠지만, 그 내용이 안정을 추구하는 지금 젊은이들은 스펙 쌓기에 치중해서 도전정신이 메말랐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희망콘서트‘,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들이 도전보다는 청소년에게 위로를 해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 기사를 먼저 보았기에 나는 이 책이 청년들을 닦달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그런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의 그것이었다.

 

‘희망콘서트’는 긍정의 심리학 같은 책이다. A부터 H까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한결같이 도전해라, 불평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시간관리 잘해라 등이다. 저자의 주장이 있고, 그 근거로는 각개각층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의 백미는 그 사례들이다. 원하는 대학에 6번 떨어졌음에도 개그맨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달인 김병만, 발가락 수술로 권투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우승을 거머쥔 김주희 선수 등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그런 사람들이다.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전력질주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고 행동해보고 배우려고 하는 건 이 책에 서술된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몇 번이고 내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사례들을 살피고 새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1만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박식함이 보인다. 또 문장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다만 머리말에서 소개된 저자의 초능력, 끝없는 자랑 등은 이 책의 매력을 상당히 반감시켰다. 자아도취에 빠진 철없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사고방식에도 너무 편협함이 엿보여 실망스러웠다. 일례로 H장에서 행복지수를 평가하는 대목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조사항목에서 ‘그대는 행복한 사람, 대기업 임원진이 될 수 있는...‘이라는 데에서는 저자가 강조하는 행복이 대기업 임원 정도의 사회적 성공이라니 너무 보수적이고 마초적이고 단순한 것 같았다.

 

나는 사실 긍정의 심리학에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한국의 책에는 더욱 그렇다. 긍정의 심리학이 크게 유행한 때는 2000년도 초반이었는데, 당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있었던 시기였다. 그때 기업체에서는 사원들에게 이런 류의 긍정의 심리학을 나누어주며 네가 지금 해고되는 것은 사회구조와 기업의 탓이 아닌 네 개인의 책임이며, 개인의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후 미국에서는 그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 긍정의 심리학이라도 단순히 ‘YES, YOU CAN’이 아니라 ‘YES, WE CAN’으로 바뀌었다. 그 내용도 ‘단순히 포기하지 마라 노력하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지원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 성공이 아닌 행복에 대해서‘ 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근거도 단순히 저자의 주장과 성공한 몇몇 사람의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진화심리학적 근거, 커뮤니케이션학 등을 대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참고논문만 해도 뒤에 몇십 페이지는 나온다. 현실은 외면한 채, 비슷한 내용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요원하다.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하나 같이 나누고자 한다. ‘동트는 새벽을 종이와 잉크냄새로 맞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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