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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스타일 - 자신.공감.실천
진희정 지음 / 아라크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내게 박근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인생이 절대 쉽지 않은 삶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그녀를 어떻게 키우고 성장시켰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최고의 영부인이라고 존경을 받던 어머니를 총격 테러로 잃었고 20대의 어린 나이에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또한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부흥시켜 보수의 아이콘이 됐지만, 그 못지않게 독재자, 친일파라는 이름으로 단죄되기도 했다. 또한 육영수 여사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대통령 역시 총격 테러로 떠나보내야 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퍼스트레이디에서의 삶에서 하루아침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어버린 채,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된 20대의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얼마나 외롭고 두렵고 막막했을까.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가지 않던가. 형태만 달리할 뿐, 우리 모두는 모두 동일한 무게의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 짐은 우리를 얼마나 성장시키던가, 그러나 그 동일한 크기의 상처로부터 성장하는 크기와 모습은 모두 다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 공감, 실천이라는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자신은 자신을 믿되, 늘 새로워지려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자신감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또 많은 경우 그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패망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것을 염두에 둔 마음가짐인 듯싶다. 박근혜는 화를 내지 않고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대인춘풍 자기추상 같은 성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보통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데 박근혜는 그것을 극복한 것 같다.
공감은 정치인으로서 박근혜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아버지 박정희가 경제발전으로 나라를 지금의 위치에 올렸다면, 박근혜는 약자와 소수에 대한 공감과 배려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이 그것이 많이 부족했다. 만일 박근혜가 아버지의 유업을 잇는다면 반드시 이런 방향이어야 한다. 책과 달리 나는 아직 박근혜가 이런 부분에서 보여준 바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측면에서도 그녀는 아직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며, 그녀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들조차 우려하는 바가 그것이다. 그녀는 아직까지 공감과 소통, 배려에서 무엇 하나 보여준 바가 없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아직까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거나 경제성장시 혜택을 받은 잘 사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극우보수들이다. 그녀는 아직 엄밀한 시험을 통과하지 않았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수첩공주’라고 부르는 까닭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실천은 개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약속과 실천이라는 두 가지 행위가 곧 통치이기 때문이다. 약속이 무너질 때, 형편없는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왔음을 명심해야 한다. 단, 그 실천은 항상 올바른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1조씩 비자금으로 만든 사람이 법치를 주장하며 지하철 노점상 단속하는 것은 너무 우습지 않은가. 이 책에서 박근혜의 개인적 측면에서 실천의 예는 많이 보여줬지만, 역시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실천의 예는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런 책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냉정한 비판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용비어천가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사람이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정도를 지키지 못했다. 차기 정권에서 한 자리 얻어먹으려고 이런 책을 썼냐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을 수 있을 듯도 싶다. 그 점은 이 책이 비판받을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