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을 거닐다 - 한 성직자가 숲과 함께한 행복 묵상
배성식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상상해보자.

 

이슬비가 내린다. 흙냄새와 풀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푹신한 흙이 맨발로 걷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어간다. 바람은 상쾌해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준다. 멀리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 나는 궁벽한 시골에서 살았다. 그렇기에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 그리고 친근한 분위기다. 비가 오면 시골은 왠지 모를 여유와 축제 전날의 떠들썩함이 공존한다.

 

학교를 오고 가는 길이 모두 수목원이다. 낡은 학교 건물 뒤편의 그늘진 교정에는 갖가지 꽃과 이름 모를 버섯들이 있다. 공부가 잘 안 되거나, 좋아했던 여학생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 나는 이 길을 걸으며 갖가지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

 

이번 여름에는 휴가를 가지 못했다. 이제는 아열대로 변한 기후와 지나치게 오른 물가 탓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특히 마음에 끌렸다. 휴가 간 느낌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시골길을 걷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배성식 목사가 기도원 주변의 숲길을 산책하며 느낀 것을 썼다. 그러기에 그 사사색의 깊이가 아주 깊다. 조용히 수목원을 묵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종교적인 색채는 많이 배제되어 있어 우리 일반인들도 읽기 편하다. 명상록 같은 그런 느낌이다.

 

좋아하는 구절 몇 가지를 적어본다.

-새벽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빛은 새로운 하루를 여는 참으로 의미 있는 햇살이 될 것입니다(19쪽)

-물은 숲에서 항상 흘러나오지만 모아둘 수 있는 물은 딱 그 그릇만큼입니다(26쪽)

-비가 오기 전에 낮게 살아본 새만이 맑은 하늘을 힘차게 날 수 있습니다(62쪽)

-식물은 상처받을 때마다 향기를 냅니다(124쪽)

 

이 책은 문체도 아주 좋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써야 하는 건 절대 아니겠지만, 간결하고 강건한 문체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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