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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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를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점은 부탄과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1950년대 혹은 그 정서를 이어받은 시골마을의 정서와 무척 닮았다는 것이다. 부탄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 세대들은 우리나라가 부탄과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다. 시간에 대한 여유 있는 태도(하물며 ‘코리안타임’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친절, 겸손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생활태도, 거기다가 삶과 죽음에 관한 순환에 대한 인식까지도(아무래도 불교의 영향이 있으니까).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예전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반가웠다. 부탄가스가 부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부탄이 우리에게 생소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 재미있다.

 

이 책은 1950, 60년대 ‘정글 없는 부탄’에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인의 눈으로 쓴 글이라고 바꿔 생각하면 한마디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것(시간, 생활시설의 불편, 풍장, 공무원의 나태한 태도, 정부 시책 등) 등을 따뜻한 관점에서 바라봐준다. 그것이 남편의 나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이 글을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린다 여사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졌다. 명절 때마다 외국인들을 초대해서 한국의 김치, 고추장을 먹이는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은가. 그 프로그램에서 고추장을 잔뜩 찍은 고추장을 먹곤 한없이 헉헉대면서도 ‘맛있다’를 연발하는 모습과 어디인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아주 천박한 민족주의라고 생각한다!)

 

맨 앞장에 있는 부탄의 사진들을 몇 번이고 살펴보며 책을 읽었다. 부족한 건 인터넷으로 부탄의 사진과 정보를 더 찾아가며 읽어보았다. 적어도 린다 여사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이었다. 린다 여사는 참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과 정말 달라 겪었을 그 쉽지 않은 적응이 내게는 한없이 아프게 느껴졌다. 다행히 부탄은 우리와 달리 아직 아직까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따뜻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1950, 60년대의 정서를 벗어나 약자를 쥐어짜고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극우보수의 마초꼴통들이 힘을 숭배하는 똘똘한 얌체들의 나라가 되었다. 외국인에 대한 친절과 이해보다는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까 어울리지 않는 역차별을 걱정하는 편협한 나라가 되었다. 린다 리밍은 미국을 떠났고 우리 한국은 미국을 좇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부탄이 세계에서 계속 가장 행복한 나라(GNH 1위)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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