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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 KBS1에 [광개토태왕]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아버지가 즐겨 보시는 편이라 나도 꽤 관심을 갖고 시청하고 있다. 사실 고구려는 나에게 너무나 생소하다. 예전 [주몽]과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도, 별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이유는 20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적인 거리감과 기록이 많지 않아 신뢰 있는 연구에 대한 부족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은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연구를 통해 꽤 설득력을 갖고 있으며 고대사에 대한 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 분야의 기념비적인 저작이 될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광개토태왕을 우리에게 소개한 가장 중요한 사료인 광개토태왕비와 호칭, 그리고 연대 오차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광개토태왕은 조선시대까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잊혀진 영웅이었다. 또한 남한은 신라, 북한은 고구려라는 이상한 반공논리에 의해 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광개토태왕비문의 실증적, 논리적 연구를 통해 정복왕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광개토태왕비문이 일본 군대에 의해 학계와 세간에 알려진 뒤 비문 해석에 관한 논란은 꽤나 흥미롭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광개토태왕의 치세에 관한 성격이다. 그의 치세는 남으로는 백제와 신라, 가야에 이르고, 북으로는 동부여, 거란, 후연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완성했다. 그의 호칭 ‘태왕’은 왕을 능가하는 공식 명칭으로 황제에 비견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성격을 광개토태왕비문과 삼국사기 간의 연대오차 1년을 통해 증명해내고 있다.
3장은 광개토태왕의 치세가 고대사에 미친 영향과 조력자를 살필 수 있다. 장군총, 덕흥리 고분, 무용총(나는 춤(무용)이 아니라 격투기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등을 통해 그 시대를 좀 더 엿볼 수 있고, 광개토태왕의 진정한 계승자 장수왕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사실 장수왕이 있었기에 광개토태왕의 업적은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광개토태왕의 치세는 남쪽 신라, 백제, 가야, 삼한, 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한반도를 넘어 북중국 일부까지 지배하였다. 중앙집권적 율령체계를 통해 이후 한반도의 국가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또한 불교의 전파도 크게 미쳤다.
나는 역사서든, 역사교양서든 좋은 저작의 조건으로 ‘~ 때문에’ 라는 구절이 많은 책을 좋은 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역사란 단순히 사실(史實)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논증(때문)이다. 좋은 역사서란 그런 논증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광개토태왕비문의 해석을 논증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은 일반인과 학자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