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사회문화사 - 정부 권력과 담배 회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가 쓴 [담배의 사회문화사] 우리 역사 속 담배와 흡연의 역사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강 교수는 이미 커피, 축구, 어머니, 자동차, 전화, 룸살롱 등의 주제에 대해 한국의 문화사회사를 써온 바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미시 소재의 역사 서술이 갖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이 책도 그 점을 피해간 것 같지는 않다.

 

담배에 관한 여러 문헌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담배를 둘러싼 시대별 다양한 이슈와 흡연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흥미롭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담배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도 그려내고 있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문제에서, 저자는 은근히 혐연권을 지지하고 그것은 책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 그 자화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분류해내는가를 온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고 저자의 의견이 편집방향으로 작동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228~230쪽).

 

담배의 사회문화사는 보기에 따라서 책 한 권에서 여러 가지를 뽑아낼 수 있고, 그것이 매력인 책이다. 어떤 이는 이 책에서 담배와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권력관계라 함은 단순히 담배인삼공사와 일반 국민간의 담뱃값 인상과 세금 징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의 흡연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양담배 회사와 외화유출을 막으려는 국민을 불모로 한 파워게임까지 뜻한다. 뿐만 아니라 왜 유독 여성의 흡연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또 흡연자와 혐연자 간의 갈등 문제까지 포함한다. 담배의 사회문화사를 읽을 때, 권력관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다.

 

또, 어떤 이는 통시적으로 한국의 담배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에 이미 조선은 남녀노소 모두 담배를 피울 만큼 골초 국가였다는 점, 이것이 외국인(언더우드 여사, 하멜표류기)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가도 흥미로울 수 있고, 이러한 담배 열풍이 일제강점기와 건국을 거치면서도 사그라지지 않고 미제 양담배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는 점. 이후 정부에 담배 사업을 전담하는 전매청이 만들어지면서 "세금 걷는 재미"에 빠지고 담배 소비를 늘려가는 동시에 양담배를 배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는 것, 이후 전매청과 흡연자 사이의 세금 징수와 담뱃값 인상에 대한 갈등이 불을 붙고, 거기에 양담배 회사의 기상천외한 판촉활동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후 금연운동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담배회사, 그리고 흡연자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즉, 시대별로 어떤 패러다임이 그 시대를 지배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신문이나 여러 가지 문헌에 나타나는 문체나 시각을 중심으로 이 책을 살펴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로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앞으로 놓치기 쉬운 소재를 한 역사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한다. 많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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