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저자 이덕무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이덕무는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로 정조가 규장각 검서관으로 박제가·유득공·서이수 등과 함께 뽑아, 여러 서적의 편찬 교감에 참여했다. 그 유명한 정조의 서얼등용책이었다. 서얼 출신으로 빈한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어려서부터 박람강기하고 시문에 능하여 젊어서부터 이름을 떨쳤다.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약관의 나이에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사가시집을 내어 일찍 문명을 날렸고, 이것이 청나라에까지 전해져서 이른바 사가시인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북학파 실학자인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등과 사귀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그의 학풍은 문자학(文字學)인 소학(小學), 박물학(博物學)인 명물(名物)에 정통하고, 전장(典章) ·풍토(風土) ·금석(金石) ·서화(書畵)에 두루 통달하여, 박학(博學)적 학풍으로 유명하였다. 사물의 이치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고증학을 발전시켜 실학의 토대를 세우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책에 미친 바보]는 이런 이덕무의 학문과 독서, 교우관계, 선비정신, 사상 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서문은 박지원이 썼고, 나머지는 이덕무 본인 스스로에게 쓴 글(21~46쪽), 독서와 학문에 관한 고찰(47~116쪽), 벗과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들(117~174쪽), 선비정신(175~220쪽), 사상(221~260쪽) 등으로 이덕무의 문집이나 편지 등이다. 따라서 이덕무의 학문과 독서, 사상, 생활 등을 통해 배움을 얻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장과 문체, 교우관계 등을 알 수 있는 고증학적인 자료로서도 무척 소중하다. 뒤에 부룩으로는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 전문적으로 이덕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일반인을 위해서 주석서가 붙어 있으니 어려운 단어나 어구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62~282쪽)

 

이제 내가 책에 미친 바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은 구절과 인상 등을 같이 나누고 싶다. 책에 미친 바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무척 좋았다. 나도 책에 미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덕무라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했다. 백이전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1억 1만 3000번을 읽은 귀곡 김득신 같은 분일까? 도대체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기에 책에 미친 바보라는 제목을 당당히 걸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그분의 독서습관과 나의 독서습관을 점검해보고, 점점 쇠락해가는 나의 기억력과 독서력을 충전 받고 싶었다.

 

인상 깊은 구절과 그에 대한 감상을 적어본다.

‘나는 어쩌면 선과 악을 5분씩 갖고 있는 사람일걸세.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만약 소신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죽을 때까지 선을 닦는다면 다행히 6분, 7분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리고 8분은 9분과 겨우 1분의 차이가 나지만 나처럼 무능한 사람이 어찌 감히 그 차를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35분에서 9분까지 감히 뛰어오르지 못하더라도 5분이나 6분이나 7분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그 뜻을 높이 세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35쪽) 감동이었다. 최선을 다한다면 7분에 이르지만 그럼에도 뜻은 그 최선을 넘어야 한다는 말. 그러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목표. 내 옷깃을 다시 여미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책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 서술한 대목에서는 요긴해서 더욱 좋았다. 책을 볼 때는 서문, 범례, 저자, 교정자, 그리고 권질이 얼마만큼이고 목록이 몇 조목인지 먼저 살펴서 책의 체제를 구별해야 한다. 대충 읽고는 다 읽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54쪽) 요즘 나의 독서 태도를 경계해주시는 듯하다. 책을 한번 읽고는 다 습득했다고 믿곤 만족해하는 나의 독서태도를 질타하는 것 같았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간을 정해놓고 읽어야 한다. 그 시간을 넘기면서 책을 더 읽어도 안 되고, 덜 읽어서도 안 된다. 나는 아침에 40~50줄을 배우면 하루에 50번씩 읽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섯 번씩 나누어 한 차례에 10번씩 읽었다. 이것을 너무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미루지 않았다. (56쪽) 구체적인 독서 습관이다. 요즘 기억력과 독서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서 매우 요긴했다.

‘육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육경을 이해할 수 없다...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자료를 참고하고 그때그때 적어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라’(54쪽) 독서에서 기본을 중시하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밟으라는 것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석을 참고하는 습관을 들이고 아는 사람에게 반드시 물어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음에 반복해서 많이 읽기만을 탐하는 것이 어찌 지혜로운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섭렵해야 함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막히고 고루해지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55쪽) 너무 세밀하게 독서를 하거나 또는 다독만을 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너무 반복하는 것도 비판하고 있다. 참 새며들을 만한 구절이다

 

독서란 지난 시간의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도 당대의 유명한 학자의 글, 그것도 벗처럼 교우하는 이들에게, 때로는 스스로를 경계시키기 위해서 쓴 글이라 이 글을 읽는 것이 어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한 줄만 읽어도 저자의 글이 그대를 흠뻑 젓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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