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rowing 바로잉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원제는 [Borrowing Brilliance] 훌륭함을 빌리다라는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 저자는 창의성의 원천이 모방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유레카를 기다리기보다는 빌려오라고 말한다.

 

저자 머레이는 정상에서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삶을 산 사람이다. 그리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는 것, 창조를 하려면 기존의 것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구글, IBM, 스티브잡스, 조지 루카스, 찰스다윈, 이기적 유전자, 디즈니랜드 등의 예에서 설명하고 있다. 왠지 전도서 1장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미투 전략이라고 있다. 시장에서 1등의 제품을 모방해 2인자가 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의 맹점은 단순히 1등의 제품을 모방한다고 해서 2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1등의 제품을 모방하되 진보가 있는 모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1등이 아니라 2등조차 지키지 못하지 시장에서 퇴출된다. 저자도 이걸 알고 있는지 예를 하나하나 아주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결과만 보고 모방으로서 창조하라가 아닌 그 과정을 보고 참고하라는 뜻이다. 이 과정을 놓치면 절대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터!

 

저자가 말하는 Borrowing Brilliance의 과정은 이렇다. 1단계-정의하라, “해결하려는 문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라”, 2단계-빌려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3단계-결합하라,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결합하라”, 4단계-숙성시켜라, “결합한 내용이 해결책이 되어 나타날 때까지 숙성시켜라”, 5단계-판단하라, “그 해결책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6단계-끌어올려라,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없애라. 그는 앞의 1~3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원’으로 묶고, 뒤의 4~6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진화’라는 개념으로 묶었다. (43~46쪽)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읽는 내내 이 책의 의식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상당히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든 예가 모두 엄밀한 증명이 요구되는 자연과학과는 모두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와 찰스 다윈도 아직까지 엄밀한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는 정도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의 아이디어를 모은다고 뉴턴역학에서 아인슈타인역학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뉴턴역학에서 추론해 자신의 일반,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켰던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빛과 중력에 관한 연구)의 유레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자연의 실재성과 섭리로 뉴턴역학과 아인슈타인 역학이 관련이 있었던 것이지.

 

양날의 검이다. 이 책은 잘 읽어야 한다. 저자도 알기 때문에 지루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카피, 창조성이 모방의 원천이라고 하는 말에는 절대 동의를 못하겠다. 물론 이것도 저자가 쓴 말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시나리오작가 윌슨 마이즈너가 한 말 “만일 어떤 한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표절이 된다. 하지만 많은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그것은 연구조사 행위가 된다.(109쪽)”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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