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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넘다 - 뇌과학과 명상, 지성과 영성의 만남
마티유 리카르 & 볼프 싱어 지음, 임영신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평점 :
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를 시작한 지는 10년 이상 되었지만, 꾸준히 한 것은 4,5년 정도이다. 처음에는 허리가 아파서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요가를 할수록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 강해짐을 느낀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웬만한 일에는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요가의 목적은 수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온몸의 차크라를 열어 신일 합일을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요가에는 명상이 빠질 수 없다. 요가 수련전 혹은 수련후 잠시의 명상이 나의 마음의 평정을 찾아주고, 정신의 평화를 가져온다. 요가와 명상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책은 신경생물학자이자 뇌 관련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볼프 싱어와 40년 동안 명상수행자와 승려로 살아온 마티유 리카르가 뇌와 명상에 대해 8년 동안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신경과학자와 불교 승려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저자들은 "서양의 과학과 불교 사이의 대화는 흔히 과학과 종교의 까다로운 논쟁으로 통한다. 물론 서구 사람들이 흔히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창조주의 개념에 바탕을 두지 않고 신앙의 행위 또한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는 일종의 '정신과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혼돈에서 지혜로, 고통에서 자유로 이끌 수 있는 '변화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불교는 경험적인 방식으로 정신을 연하는 능력을 다른 학문들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리카르와 싱어는 오랜 우정과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명상과 뇌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1장에서는 "우리는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신체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훈련을 하듯, 정신력도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을까? 정신수련으로 좀 더 높은 집중력과 이타심, 차분함을 가질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감정을 최적의 방식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다양한 방식으로 명상했을 때 뇌에는 어떤 기능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까? 초보 명상가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2장에서는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을까? 이타적 사랑과 열정적 사랑을 구분 짓는 기준을 무엇일까? 사랑은 여러 감정들 중에 최고일까?"를 다루고, 3장에서는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실험적이고 지적인 연구들로 이러한 현상의 본질적 특성을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는 걸까? 우리의 지각에서 독립된 객관적 현실이 존재할까? 우리는 현실왜곡을 바로잡고 고통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자기성찰을 통한 내면의 현미경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4장에서는 "자아는 우리의 존재 깊숙이 자리한 실체일까, 아니면 뇌 속의 조종부일까? 혹은 개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경험의 연속체일까? 강한 자아는 정신건강에 꼭 좋은 것일까? 자아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버리는 것은, 우리를 상처받기 쉬운 존재로 만들 위험한 일은 아닐까? 반대로 투명한 자아는 영혼의 힘과 내면의 확신에 도움을 줄까?"에 대한 이야기를, 5장에서는 "자유의지가 정말 존재할까? 만일 우리가 그 일부만을 인식할 수 있는 신경과정을 거쳐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과연 그 행동에 대한 진정한 책임자일까? 정신수양은 무의식적 과정의 내용과 그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또 무엇이 개인의 책임감, 선과 악, 징벌과 회복, 용서 등의 개념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에 영향을 줄까? 마침내 자유의지를 입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의식은 뇌의 활동에 불과한가, 아니면 다른 모든 경험과 인식보다 앞서며, 우리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사실'로 생각해야 할까? 명상가들과 현상학자들의 '1인칭' 접근법은 의식이 신경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개념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우리는 뇌를 몸에 새겨진 것이자 사회. 문화에 새겨진 것으로 간주하는 중간적 시각을 취할 수 있을까? 초심리학 현상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명상과 뇌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명상'에 대한 관심이 있고, 이 명상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티유는 책에서 명상이 "2,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접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정신 기능에 대한 탐구"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삶의 외부적인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세상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를 행복이나 고통으로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정신"이며, "우리가 사물에 대한 인식의 방식을 바꾼다면 삶의 질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정신수련이 가져다주는 변화가 이런 변화가 바로 명상이다.
요즈음 길을 걷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남녀노소 온통 고개 숙인 사람들뿐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신이 우리 모두를 그분 앞에 고개 숙이게 만든 것이다. 그 속에 나는 없고, 온통 다른 사람의 말들로 가득하다. 정작 그리운 사람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핸드폰 속의 다른 사람과 대화하느라 앞에 있는 사람과 진중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우리의 정신은 '지금 여기'가 아닌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 속에 머물러 있다. 가끔은 모든 전자기기를 'OFF'하고 산책을 해보면 어떨까? 아니 아침에 일어나 잠시 두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보면 어떨까? 그럴 때 하루를 살아갈 자신감은 물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