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2018 세종도서 교앙부분 타산지석S 시리즈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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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럽 한주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일제 강점기와 동족 상잔의 비극인 6.25를 거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 "그만큼 세대 간의 갈등과 빈부 격차가 큰 나라",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인 나라", "명문대를 나오지 않고는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나라", "체면과 겉치레에 민감한 나라", "학벌과 군대 문화가 어렸을 때부터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나라"라고 설명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요? 왜 일본의 정치인들은 독일처럼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차 세계대전의 전범(戰犯)을 모신 야스쿠니 신사에 매년 참배를 하는 걸까요? 이 책은 이런 궁금증 때문에 집어 들었습니다.

저자인 김응교 시인은 일본에 13년 동안 유학생으로 시작해 선생으로 머물면서 글을 썼고, 이 책은 그중에 '일본적 마음'을 담은 글을 깁고 다듬은 것이라고 합니다. 책의 제목이자 다소 애매한 '일본적 마음'에 대해 저자는 “출판사에서 책 이름을 정해주셨다. 적(的)자를 악착같이 안 쓰는 편인데, ‘적’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모호한 확장성에 동의하여 ‘일본적 마음’을 제목을 삼았다. ‘적’을 쓰니 더욱 일본적이다.”라고 책의 말미에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적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저자의 말을 인용해 몇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겠습니다. 지진이 일상다반사인 일본인들에게 죽음은 늘 가까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쿠라(벚꽃)의 만개에 넋을 잃은 저자에게 일본인 교수는 일본인이 사쿠라를 보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느냐고 물었고, 저자는 '꿈'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에 일본인 교수는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이라며, 답은 '죽음'이라고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죽음의 문화를 확고히 다져놓은 것은 사무라이 문화라고 말합니다. "사무라이의 죽음은 영웅의 죽음이다. 사무라이는 '배를 주릴 망정 명예에 죽고 사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무사도, 그중에서도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무사도의 극치를 일러 하가쿠레 정신, 곧 '나뭇잎 그늘에 숨는 정신'이라며 극적으로 미화했다. 또한 사무라이의 문화, 곧 칼의 문화는 오늘날까지도 변용되어 곳곳에 스며 있다. '잇쇼켄메이'(一生懸命)라는 말은 ‘주군의 영지를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말’이었는데, 그게 더 확실하게 ‘자기의 생명을 걸고 열심히 일한다’로 바뀐 말이다. 말로써 쇼군과 ‘의리’를 걸고 영지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일본어로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 ‘사요나라’(左様なら)인데, 이것은 글자 그대로 ‘사요’ 즉 ‘그렇다면’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대로 이 사실을 솔직히 받아들여 헤어집시다’라는 뜻이다. 서양에서 죽음은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인의 경우는 최소한 원래의 장소는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일본인은 사망을 ‘나쿠나루모노[失亡 : 없어지는 것]’라고 한다. 그야말로 끝나는 것이다. 시신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것도 없기에 불로 태워서 뿌린다. 그것으로 끝이다.”라고 말합니다.

수치의 문화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무사들을 용감하게 만들었고, 명예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행동을 만들었다. 그것이 일본인들에게 일반화되면서 태평양전쟁 때 군국주의와 만났을 때는 살아 있는 부끄러움보다 죽음을 택하는 그들 말로 ‘옥쇄(玉碎)’라는 ‘명예로운 길’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죽음은 제2차 세계대전때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여 자살한 국회의원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적인 태도에도 수치의 문화가 배경이 된다. 태평양전쟁 때 군인 위안부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이 ‘죄’라고 생각할 때, 일본의 정치인들 혹은 일본이라는 ‘국가주의(國家主義)’를 강하게 강조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런 일들을 ‘수치’로 파악하고, 숨기거나 왜곡하고 싶어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일본의 이런 죽음의 문화 그리고 그것의 중요한 요인이 된 사무라이 문화는 야스쿠니 신사에 와서 정점에 달합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 섬에서 옥쇄(玉碎)한 일본군들은 모두 천황의 무한한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 일본인들은 말했다. 또한 죽으면 영웅신이 된다는 걸 병사들은 알고 있었다. 포로가 된다는 건 신이 되는 걸 포기하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옥쇄하는 것이다. 바로 이 야스쿠니 신사는, 전사하면 신인 천황이 참배해준다는, 전사의 영광을 교육하는 군국주의 시설이었다."고 말합니다.

즉 일본인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전범(戰犯)이 아닌 사무라이의 무사도(武士道)를 철저히 지킨 전쟁 영웅들이 신으로 모셔진 곳이고, 이를 부인하는 것은 일본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는 것은 차라리 자살을 할지언정 사무라이 정신에 위배되는 '수치'스러운 일인 것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요? '일본적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김응교 시인의 작은 이 책 한 권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실마리는 얻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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