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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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David Baldacci)" 2015년에 발표한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Memory Man)"입니다이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제목처럼 한번 보거나 들은 것들은 모두 기억하는 남자를 중심으로펼쳐지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잠복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형사 "에이머스 데커"는 집안에서 자신의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의 시체를 발견합니다잊을 수 없는 충격과 고통 속에서 "에이머스 데커"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범인을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고결국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노숙자 신세로 추락합니다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사립탐정이 되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습니다그리고 그의 가족이 죽은 지 15개월이 지난 어느 날한 남자가 자신이 "에이머스 데커"의가족을 죽인 범인이라고 자수를 하게 됩니다.

 

그날 경찰이 도착해 총구를 내리라고 말한 후 그는 내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그 때문에 경찰직을 그만두기 전에는 심리치료도 받았다그는 둥글게 둘러앉은 자살 기도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에이머스데커 입니다자살하고 싶습니다이게 다예요더는 할 말이 없네요.

 

자신의 아내와 딸의 죽음을 목격하고 폐인처럼 지내던 전직형사 "에이머스 데커"는자신의 예전 파트너로부터 한 남자가 자신이"데커"의 가족을 죽인 범인이라며 경찰서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자수한 그 남자 "세바스찬 레오폴드"를 만난 "데커"는 횡설수설하며 정황과 동기(편의점에서 자신을 무시해서 홧김에 죽였다)를 이야기 하는 그를 보고 자신의 기억 속에 "레오폴드"가 없기에 진범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왜냐하면 "데커"는 오래 전에 당한 사고로 후천적 과잉기억증후군이 생긴말하자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날 "데커"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바람처럼사라집니다예전 형사시절 상사의 권유로 공식 컨설턴트가 되어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된 "데커"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갑니다그러던 와중에 탄도검사 결과가 나오고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총이 15개월 전에 벌어진 한 살인사건에 사용된 총과 같은 것임이 밝혀집니다.

 

나는 과잉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무슨 훈련을 통해 카드 한 벌의 순서를 외울 수 있게 되었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고도로 활성화된 두뇌가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능력을 잠금 해제시킨 것이다게다가 감각 신경의 통로들이 교차했는지 숫자와 색깔이 연결됐고 시간도 그림처럼 눈에 보인다색깔들이 불쑥불쑥 생각 속에 끼어든다나 같은 사람들을 '공감각자'라고부른다나는 숫자와 색깔을 연결 지어 생각하고 시간을 본다사람이나 사물을 색깔로 인식한다.

공감각자들은 상당수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후군 환자이기도 하다나는 아니지만하지만 누군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건 싫어한다그리고 농담은 취급하지 않는다아마도 웃을 의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는 평범했었다평범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미식축구 경기도중 엄청난 충격을 받아 두 번이나 죽다 살아난 뒤 과잉기억증후군과 공감각 증상을 얻은전직 형사 "에이머스 데커"의 이야기입니다뇌손상으로 얻은 이 능력들은 "데커"에게 축복과 저주가 됩니다최고의 검거율을 올리는 유능한 형사로 승승장구 하게 되지만 자신의 가족들 이외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라는 감정을 상실하고 활달함이 사리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는 처참하게 죽은 가족들의 모습을 본 이후그 장면이 끝나지 않는 영화처럼 그의 눈과 뇌에서 재생됩니다그런 그의 앞에 가족을 죽인 범인의 자수와 고등학교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동시에 벌어집니다그리고 이 두 사건은 조금씩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쉴 틈 없이 급박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엄청난 속도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데커"는 자신의 완벽한 기억 속을 더듬으며 가족이 살해당한 사건과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합니다역시나 중요한 실마리는 그의 기억 속에 있습니다그러나 "데커"의 작은 실수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의도와 동기 보다 자신의 기억을 오로지 자신의 관점 그대로만 바라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에게 기억이란 떠오르는것이 아니다그건 이미 거기 있거나아니면 없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출연을 한 영화 "앱솔루트 파워"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절대 권력"으로 데뷔한 이후 특급 스릴러 작가로 등극했습니다같은 변호사 출신의 작가 "존 그리샴"과 같이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며 오랫동안 승승장구 하던 그는 역시나 "존 그리샴"처럼 잠시 슬럼프를 겪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닮은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데이비드 발다치"의 국내 출간 작들을 다 읽긴 했는데 데뷔작인 "절대 권력"을 능가하는 작품은 없었습니다아니 모두 기대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물론 정말 재미있다고 소문난 작품들이 아닌 그저 그런 작품들이 출간되기도 했지만그런데 이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거의 "절대 권력"에 근접하는 극강의 재미를 선사합니다단 한순간도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마구마구 내달립니다치밀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나 떡밥들도 제대로 회수하며 진정한 A급 스릴러 소설이 무엇인지를 이 작품으로 알려줍니다.

 

"인간은 한계가 있어." 데커가 말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거라고학대를 받고도 극복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하지만 사람들은 다 달라누구는 강인하지만 누구는 여리지내가 누구를 상대하게 될지는 모르는 거야."

 

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주인공 일가족의 몰살과잉기억증후군공감각 증상 등 예전이었으면 독특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소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졌습니다그러나 이런 소재들을 엮어서 완벽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입니다정말 현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얼마 전까지 작가의 "John Puller" 시리즈와 "Will Robie" 시리즈가 출간되길 바랬었는데이 작품을 읽고 나니 당장 "에이머스 데커"의 다음 이야기인 "The Last Mile "이 읽고 싶어졌습니다스릴러 소설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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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만찬
올렌 슈타인하우어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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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의 스파이 소설 작가 "올렌 슈타인하우어(Olen Steinhauer)" 2015년에 발표한 "배신의 만찬(All the Old Knives)" 입니다. 이 작품 "배신의 만찬"은 현재 영화 판권이 팔려서 작가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며 프리프로덕션 상태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고국인 미국으로 온 "헨리 펠헴" 6년 전 빈에서 같이 일 했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셀리아 파브로"를 만나기로 합니다. "셀리아"가 정해준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대화는 지난 추억들에서 6년 전에 자신들의 이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 비극적인 테러사건으로 흘러갑니다.

 

그날 밤 많은 일들이 끝났다.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식사였고, 그 뒤로 몇 시간 뒤 공항에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우리는 마지막 섹스를 나눴다. 아주 좋지도 않았고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가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좀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했다. 좀 더 많은 추억을 쌓았어야 했다. 나중에 남는 건 추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비엔나 국제공항에서 120명 이상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과격 이슬람 단체에게 납치되는 테러 사건이 일어납니다. 120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긴박한 순간, 빈 주제 CIA 요원들은 우연히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베테랑 정보원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며 테러범들과 인질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원의 정체가 발각되고, 그 정보원의 정체가 어떻게 발각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남긴 채, 테러는 인질들과 테러범들이 모두 죽는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6년이 지난 후, 여전히 CIA 비엔나 지국에서 일하는 "헨리"는 새롭게 밝혀진 당시 테러 사건의 정보 때문에 당시 동료들을 만나러 다니고, 이제 동료이자 당시 연인이었던 "셀리아"를 만날 차례가 됩니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평범한 주부가 된 "셀리아"는 반갑게 "헨리"의 연락을 받으며 자신의 동네 레스토랑에서 만날 약속을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당시 서로가 가졌던 감정들을 회상하며 소소한 잡담을 나누다가 결국 테러 사건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제 오랜만에 재회한 두 남녀는 6년 전 테러 사건 때 정보원의 정체가 발각된 경위를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 당시 이야기들을 주고 받기 시작하며 심리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적당한 말을 찾는다. "완벽해. 거기에 비하면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건 귀여운 정도지. 열정은 작은 눈속임 같은 거야. 열망 같은 것도 마찬가지지. 그 모든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 앞에서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과거의 연인들이 만나 심리전을 벌이는 "배신의 만찬"은 이야기의 대부분이 레스토랑 한 곳에서만 진행되는 상당히 독특한 형식의 스파이 소설입니다. 히치콕의 몇 영화("로프""다이얼 M을 돌려라" 같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지만 간간히 회상씬이 끼어들어 과거의 이야기가 긴장을 고조 시키는 작품입니다. 한 연인의 사랑은 비극적 테러사건이 일어난 날 갑작스럽게 여자가 떠나가면서 끝이 납니다. 6년 뒤, 남자는 자신을 떠난지 6개월 만에 늙은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전 연인을 만나러 갑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들어야 할 말을 확실히 듣게 되고 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여자도 조금씩 정보원 시절의 감을 되찾기 시작하며 두 남녀의 대화는 미묘한 감정들과 긴장감 속에 빠지게 됩니다. 한때 사랑했던 남녀는 서로의 입장과 감정, 시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각자가 몰랐던 사실들과 오해를 알아가지만 이 대화와 식사가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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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셀리아가 입을 열길 기다리지만, 그녀의 눈빛은 딱딱하다 못해 무섭게 보일 정도다. 이런 유토피아에서 사는 사람이 지을 표정이 아니다. 나는 걱정과 흥분이 뒤섞인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셀리아가 판세를 뒤집으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자기가 같이 식사하던 사람이 누군지 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가 "올렌 슈타인하우어"는 국내에 출간된 "코드명 투어리스트"를 포함해 냉정시대의 동유럽을 배경으로한 "The Yalta Boulevard" 시리즈 등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떠오르는 실력파로 인정받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 "배신의 만찬"은 작가가 한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심리 첩보전을 쓰고 싶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그 결과 상당히 독특하고 세련된 스파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제가 읽어본 작가의 작품은 단 두 작품뿐이지만 스파이 소설이라는 틀에서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을 상당히 잘 포착하고 묘사하는데 탁월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한 심리전 속에 사랑, 희생, 의심, 미련, 이기심 등이 섞이는 감정 변화를 아주 훌륭하게 녹여냅니다. 조용히 시작하다 마지막 100페이지 쯤부터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들에 독자들은 그냥 넋놓고 빨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나면 정말 인상 깊은 엔딩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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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날 지켜줄 거지?"

"늘 그랬듯 언제까지나." 나는 거짓말을 한다.

 

"배신의 만찬"은 근래 제가 읽은 스파이 소설 중 가장 정적이지만 수많은 감정들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된 아주 멋진 작품입니다. 형식은 단순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진화된 에스피오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간은 모두가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다라는 걸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올해 출간된 소설 중 어쩌면 저의 베스트 리스트에 올릴 멋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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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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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조 R. 랜스데일(Joe R. Lansdale)"이 2000년에 발표한 작품 "밑바닥(The Bottoms)"입니다. 이 작품 "밑바닥"은 출간즉시 대중과 평단,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즈의 주목할 책에 선정됨과 동시에 '대실 해밋' 상과 '마카비티' 상 최우수 작품 후보에 오르고, 2001년도 '에드거' 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요양원에서 튜브로 음식물을 섭취하며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여든의 노인 "해리"는 아주 오래전, 자신과 여동생 "톰"이 강의 저지대에서 흑인 여인의 시체를 발견했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순수하고 행복한 소년이었던 자신이 잔혹하고 비정한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때.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시절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근심이라곤 없는 행복한 아이였다. 그때가 대공황인 줄도 몰랐고, 이발소에서 읽는 잡지 밖의 세상에 살인자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으며, 내가 읽은 잡지 속 살인자들은 그런 종류의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잠시 엇나갔을지언정 신실하고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닥 새비지는 아니였다.

 

1933년, 텍사스 동부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지역 경관직을 맡고 있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열세 살 소년 "해리"는 여동생 "톰"과 함께 숲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길을 헤매게 됩니다. 강의 저지대까지 가게 된 "해리"와 "톰"은 우연히 나체의 흑인 여인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을의 유일한 법 집행관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다. 흑인 여자의 시신은 기괴한 방식으로 가시철사에 의해 휘감겨있고 신체는 칼로 훼손되어 처참한 상태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흑인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식으로 법과 수사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이발사이자 농부로, 단지 명목상의 경관인 "해리"의 아버지는 범인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 하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게 됩니다. 흑인 여자의 죽음이 마을의 화젯거리에서 사라질 때 쯤 또 다른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여인이 백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범인을 흑인이라고 단정하며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알던 사람들이,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고 삶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겐 과거가 있었다. 아버지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았고, 한때는 어머니 역시 다른 방향이지만 방황했던 적이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사라진 레드 우드로의 팔뚝에 문신으로 기록된 방황.

 

이 작품 "밑바닥"은 1933년과 34년 사이 텍사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을 목격한 한 소년이 세상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은 곳임을, 오히려 잔혹하고 비정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소설이자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살인사건과 그로인해 파생된 파장들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이젠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 에드거 늙다리 심사위원들이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작품 "밑바닥"은 미스터리와 성장 이야기뿐 아니라 과거 미국의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파고 듭니다. 그것도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흑인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후 마을 사람들은 어느 누구 한명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깜둥이 하나 사라진 게 뭔 대수냐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심지어는 백인 의사는 시신의 부검도 거부합니다. 그러나 백인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가 흑인이라는 소문이 돌자 반응은 180도로 바뀝니다. 사람 좋아 보였던 철물점 주인같은 동네 사람들은 KKK단 두건을 쓰고 집단 광기에 빠져가게 되고,그나마 흑인들에게 우호적이었던 "해리"의 아버지 마저 광기들 속에 빨려들어가 좌절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목격하는 열세 살 소년 "해리"는 더 이상 순수한 상태로 머무를 수 없게 됩니다.

 

"내가 왜 살해당한 여자들의 가족을 하나도 안 만났는지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난 흑인이고, 다른 하나는 매춘부라서다, 해리. 난 모즈 말고는 잘 아는 흑인이 없어. 여러 흑인들하고 이야기하고, 그럭저럭 좋아하고, 그들도 나를 그럭저럭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난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날 진짜로 모르기는 마찬가지지. 휴, 모즈도 잘 아는 건 아니야. 나하고 모즈는 낚시와 강, 그리고 이따금 담배 얘기나 했으니. 매춘부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 만날 생각을 안 했을 거야. 속을 들여다보면,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별다를 게 없지 싶다. 그리고 이거 아냐. 해리?"

"뭘요?"

"그게 마음에 걸려."

 

작가 "조 R. 랜스데일"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작가이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입니다. 특히나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SF, 서부극, 그래픽 노블 등 장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들을 써냈습니다. 장편, 단편을 포함해서 '브람 스토커' 상을 6회나 수상하고 '에드거' 상 등 수많은 상도 수상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되어서 호평을 받았던 수작 스릴러 영화 "콜드 인 줄라이(Cold In July)"도 "조 R. 랜스데일"의 소설이 원작입니다.(개인적으로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상당히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돈 존슨"과 "샘 쉐퍼드"의 연기도 일품이고) 또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Hap and Leonard" 시리즈도 올해 초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치 우리 눈앞에서 희미하게 스러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내면의 어두운 바다로 휩쓸려갔고, 거기서 허우적거리다가, 허우적거림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삶이라는 난파선에서 남은 널빤지에 몸을 싣고 표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삶은 모즈라는 이름의 암초에 충돌하여 부서져 버렸다.

 

소설 "밑바닥"은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비극을 회상하는 노인의 시선으로 흑백갈등, 냉혹한 현실, 분노와 차별, 무시, 증오로 형성된 집단 광기 속에서 성장통을 겪게 된 자신의 소년 시절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성장소설입니다. 또한 인간 본성의 저 밑바닥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 본 좋은 미스터리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년시대""라스트 차일드","철로 된 강물처럼" 등의 작품들을 좋아하셨다면 이 작품 "밑바닥"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콜드 인 줄라이"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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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미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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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군인이자 방랑자인 "잭 리처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된 작가 "리 차일드" "잭 리처"시리즈 20번째 작품 "메이크 미(Make Me)"입니다이번 작품은 오랜만에 대도시가아닌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잭 리처"가활약하는 이야기입니다.

 

시카고로 가기위해 기차를 타고있던 "잭 리처"는 우연히정차하게 된 역에서 계획도 없이 내립니다그가 내린 이유는 마을의 이름이 "마더스 레스트(Mother's Rest)"이기때문입니다시카고 행이 하루 이틀쯤 늦어봤자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고 차질을 빚게 될 계획도 없는 "잭 리처"는 단순히 마을 이름에 호기심이생겨 그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어 내리고역에 내리자마자 어떤 여자가"잭 리처앞에 불쑥 나타납니다.

 

그건 실수였다리처는 그들에게 강의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도 있었다강의주제는 성급하게 벌인 전투의 치명적인 결과보너스로는 상대의 성급함을 이용해서 전투를 단박에 끝내버리는싸움 기술.

 

마을 이름 "마더스 레스트(Mother's Rest)"에이끌려 계획도 없이 내린 "잭 리처"에게""이라는 여인이 나타나자신의 동료인지를 확인합니다""은전직 FBI로 현재는 사립탐정인데 "잭 리처"를 자신의 동료로 착각한 것입니다"" "잭 리처"에게 자신보다 먼저 이 마을에 도착했던 동료가 현재 실종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그러건 말았건 마을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고 다음날 떠나려던 "잭리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눈길을 느끼게 됩니다마을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하기도 했고 시카고로 가는 게 며칠 더 늦는다고 큰일 날 일이 없는 "잭 리처" ""을 돕기로 하고""의 사라진 동료의방에서 전화번호와 사망자 200이라고 쓰여진 쪽지를 발견하게 됩니다.기차가 하루에 두 번만 오고 주위엔 온통 밀밭뿐인 작은 마을 "마더스 레스트" "잭 리처"로 인해 추악한 비밀들이 벗겨지게 됩니다.

 

"희망은 최선을 기대하며품는 것이고 계획은 최악을 대비해서 세우는 거요."

 

이번 작품 "메이크 미"는 제가 "잭 리처"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설정인 작은 시골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떠돌이 실력자가악과 비밀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우연히 도착해서 그들을 일망타진하는 서부극을 떠올리는 설정거기다이번에는 극의 마지막으로 갈 수록 "잭 리처"형님의 분노게이지가 극에 달해서 킬 수가 꽤 됩니다주절거림 없이 거침없게 뼈를부수고 숨통을 끊어 놓습니다스케일도 커서 작은 마을 안에서만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도시들을여러 번 오가며 "마더스 레스트"가숨기고 있는 비밀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의외로 악의정확한 실체가 상당히 뒤늦게 밝혀지고 그때까지 긴장감이 팽팽한 상태로 지속됩니다거기다가 암시나 단서들을꼼꼼하게 모두 회수하며 이야기의 구성을 아주 탄탄하게 지탱해줍니다요 근래 나왔던 "잭 리처"시리즈 중 베스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사를 나눠서 뭐하게?"

"자네 입장에선 득이될 수도 있어인사를 나누고 나면 내가 자네를 인간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거든단순히 해치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그러면 나도 자네를 심하게 다룰순 없을 거야이건 요즘 세상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 가운데 하나야피해자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해자에게 인식시켜서 마음을 약해지게 만들어야해."

 

영화로도 나오고 있어서인지 자꾸"잭 리처" "톰 크루즈"로 보이는 이상한 현상을 겪고있지만 "잭 리처"는 요즘보기 드문 고전적인 거구의 영웅 그대로입니다이야기 구성이나 글의 스타일 그리고 주인공 설정 등 상당히미국적인 이야기를 쓰는 영국 작가 "리 차일드"는영국 피를 못 속이듯 매번 작품 속에 자신이 뿌려놓는 단서들이나 암시들을 아주 꼼꼼히 활용하는 작가입니다이번작품에서도 작은 퍼즐 조각 하나까지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모두 활용합니다가끔 꽤 이질적이라는 느낌도들게 할 정도로 꼼꼼합니다이런 요인도 그의 인기에한 몫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닥불 가에서 읊어지는 장문의 영웅담에서는 귀결부에 반드시 짤막한 대화가 등장한다악당에게 죽어야 하는 이유를 들려준 뒤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리처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영웅담은 영웅담일 뿐실제 세상에서는 꼭 그렇게 매듭지어지라는 법은 없다.

 

이 작품 "메이크 미"에서는근래에 출간된 "잭 리처시리즈에서부족했던 화끈한 액션과 폭력이 가득합니다그리고 악의 추악함도 상당히 수위가 쎄고만일 "네버 고 백"이성공해서 "잭 리처" 시리즈 세 번째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첫 작품인 "추적자""1080" 아니면이 작품 "메이크 미"가 어떨까합니다그만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기본은 해주는시리즈인 만큼 항상 추천 드리는 시리즈이지만 이번 작품 "메이크 미"는 정말 흥미진진하고 통쾌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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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는 고인이 된 베스트셀러 작가 "트리베니언 (Trevanian)" 1983년에 발표한 "카티야의 여름(The Summer of Katya)" 입니다. 이 작품 "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의 전성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베스트셀러입니다.

 

1938 8,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청년 "장 마르크 몽장"은 우연치 않게 가족들과 함께 파리에서 요양을 온 여인 "카티야 트레빌"을 알게 됩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당시의 여인들과는 다르게 해부학과 프로이트에 관심이 많고 유쾌한 언어유희를 즐기는 "카티야"의 매력에 빠진 "몽장"은 그해 여름 평생 잊지 못할 첫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카티야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아주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이곳 강변 공원의 한 고목 아래 앉아 노트를 뒤적이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명상을 가장한 백일몽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길게 자란 잔디를 헤치고 다가오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밀짚모자 밑에서 내 눈이 가늘어 졌다. 백일몽은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파리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살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병원에서 일을 하는 "몽장"은 한가로운 시골 생활을 즐기던 중 자신의 동생을 치료해달라고 찾아온 "카티야"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카티야"에게 빠져버린 "몽장""카티야"의 쌍둥이 동생 ""의 치료를 계기로 파리에서 요양을 온 트레빌 가의 사람들("카티야", "", 그들의 아버지)과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혈기왕성한 "카티야" "몽장"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 "몽장"을 경계하며 자신의 누나에게 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합니다""의 협박과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티야"에게 애정을 키우던 "몽장"은 마을에 떠돌기 시작하는 트레빌 가의 소문들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때 내가 관심과 애정과 흥분의 첫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는 것을. 그때 이미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는 것을. 아직 노골적인 조짐은 엿보이지 않았지만. (...) 그 무엇도 큰 의미로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을 구성하는 그런 작은 입자들은 너무 작고 고왔다. 세분하고 분석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이치에도 맞지 않았고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클래식한 심리 스릴러인 "카티야의 여름"은 상당히 정적인 소설입니다. 실제로 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지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읽혀집니다. 중간 중간 작은 암시들이 있지만 무모한 시골 청년의사와 대도시 파리에서 시골로 요양 온 매력적인 여성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남성적인 작품들을 써냈던 작가의 성향치고는 너무나 말랑말랑한 느낌이 나서 의아하게 생각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양반이 이런 연애 이야기를 쓸 줄이야... 배경이 1차 세계대전 발발 전이기도 하고 출간 시기도 80년대라서 어쩌면 읽는 중간 이 작품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금방 눈치 채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만큼 이런 이야기는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해서 신선함이 살짝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출간됐을 당시에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서 지금까지도 클래식 혹은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신선함이 떨어질지언정 이야기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상당히 슬프기도 합니다.

 

"실망이네요, 몽장 박사님. 남자들은 자기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유치한 농담이 여자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우린 못들은 척 하거나 내키지도 않는 대꾸를 해야 한다고요. 둘 다 싫은 건 마찬가진데."

 

작가 "트리베니언" "클린트 이스트우드주연의 액션 첩보 영화로도 잘 알려진 "아이거 빙벽"과 하드보일드의 걸작 "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그리고 일본 배경의 킬러 이야기인 "시부미"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작가입니다. 한동안 "트리베니언"의 본명이 알려지지 않아 여러 유명작가의 펜네임이 아니냐는 소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리즈의 "로버트 러들럼"이 가장 유력한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밝혀 그동안의 소문들은 그냥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카티야의 여름"은 상당히 마초적이었던 작가의 그동안의 히트작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꽤 로맨틱하고 달달한 이야기에 당시에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문장들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특히나 "몽장" "카티야"의 대화들은 유쾌하면서도 아주 로맨틱합니다. 여전히 내가 알던 그 "트리베니언"이 쓴 작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다들 마찬가지였겠지만 나 역시 그 해 여름의 완벽한 날씨에 버릇이 나빠져 버렸다. 매일 펼쳐지는 황홀한 여름 풍경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또 누렸다. 추위와 어둠이 우주의 정수이고, 빛과 온기는 오직 작고 하찮은 별들 부근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까맣게 잊은 채로. 그와 마찬가지로 고독과 체념도 인간 삶 속의 정수다. 변덕스러워 더 소중한 젊음과 사랑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일 뿐이고. 그럼에도 우리는 편안한 소설 같은 그런 것들에 집착한다. 결국에는 비탄 속에서 운명을 탓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백만부 이상씩 팔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날리던 "트리베니언" "카티야의 여름"이후로 15년의 공백기를 가집니다. 그 후로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지만 예전만큼의 히트작을 써내지 못하고 2005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작품"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의 마지막 베스트셀러가 되는 셈입니다.

사실 반전이 있다거나 작품들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암시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끄적이고 싶어도 작게나마 모든 것이 다 스포일러성 요소가 될까봐 영양가 없는 말만 주절거렸는데, 정적이고 로맨틱한 심리 스릴러의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면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잠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기분도 느끼실 수 있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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