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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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부하는 사람, '고미숙'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전공을 버리고 새로운 전공을 택하여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도 땄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마음껏 공부하는 꼬뮌을 만들었다는 것이 내가 존경하는 포인트이다. 개인적 명예와 부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수양처럼 하는 사람. 참 닮고 싶다.
이번에 고미숙님의 새로운 책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을 손에 넣고는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임꺽정을 읽지 않았는데 비평과 같은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기때문이다. 하지만 책머리에 있는 글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연 강좌의 신명과 열기를 전달하기 위해 이 글이 쓰여졌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임꺽정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잘 몰라도 찬찬히 읽으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임꺽정을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이라는 7가지 분야에서 분석해 놓은 책이다. 이 분석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수평 윤리에 해당하는 우정, 의리에 기반한 네트워크이다.

부의 축적이나 대물림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먹고 사는 것에 충실하고 그것이 해결되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경제 관념을 가진 조선시대 평민이 밭갈고, 논 갈고 소 잡아서  살아 갈 수 있었다면 임꺽정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민으로서 살아갈 수 없도록 몰아친 탐관오리들 때문에 활,표창,돌팔매,검술등을 놀이와 더불어 익힌다. 무식하지만 자존심 강한 남정네들이 피 섞이지 않은  서로의 형제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상황이 탄생한 것이다. 성을 금기시하고 어둠의 영역으로 남기는 현대와는 달리 개방되어진 성 이야기, 우정, 의리에 기반한 네트워크에서 큰 힘을 가진 여성들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유교를 국시로 한 조선시대이지만,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이 다 녹아 있으며 계급과 강령, 체제가 있는 조직이 아니라 길 위의,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조직의 이야기가 임꺽정에 있다고 한다.

 

홍명희 선생님의 "임꺽정"을 아직 읽지 않은 나는 읽으면서 황석영님의 "장길산"을 자꾸 떠 올리게 되었다. 장길산이나 삼국지에 나오는 남정네들의 우정과 의리에 늘 감동 받았던 나는, 자존심에 목숨 걸며, 의리와 우정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는 우리의 민초들의 생활을  빨리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미숙님! 당신의 글을 읽고 임꺽정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당신의 말발에 녹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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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사수 효과만점 일본어 첫걸음
야마노우치 타스쿠.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지음, 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엮음, 오이 / 사람in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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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어 공부를 93년에 시작했으니 일본어를 알게 된 지 15년 훌쩍 넘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공부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은 결정되었고 할 일이 없어 시작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겠다. 어학은 절대로 독학이 안 된다는 생각하에 처음부터 학원 등록을 했었다. 문법부터 시작해서 프리토킹까지 지겨운 줄 모르고 공부를 했다.
영어는 12년 공부해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일본어는 어렵지만 재미가 있었다.
2년정도 꾸준히 공부한 뒤 종지부를 찍은 것은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을 따고 나서이다. 일본어와 아무 상관이 없는 직업이라 일본어를 사용할 때는 일본 드라마, 일본영화, 가끔가다 일본 잡지, 소설 등을 볼 때 뿐이다. 수영, 자건거는 10년이 지나서 해도 잊혀지지 않고 바로 되지만, 어학은 손 놓아 버리면 다시 제수준까지 오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일본어를 처음 보는 사람은 글자가 아니라 그림같다고 한다. 글을 쓴다라는 개념보다는 그려야(!) 하는데 처음 시작을 이상하게 하면 모양이 이상한 일본어를 쓰기 쉽다. 모든 일본어 초보책에는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보고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이 책에도 그런 공간이 있다. 그렇지만 글자가 2,3번 써서 외워지나? 책에서 제공되는 칸이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백지를 이용해 쓰다보면 모양도 이상해지고 네모칸이 더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 책은 그러한 문제점을 깔끔히 해결해 준다.
칸이 있는 쓰기노트를 PDF 파일로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히라가나, 가타카나가 모양 잡을때까지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고양이라면 재수 없는 동물, 영악한 동물이라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를 진짜 이뻐하는 민족이다. 일본에 가보면 고양이 캐릭터가 상당히 많은데 이 책의 주인공도 고양이이다. 주인 잃은 한국 고양이 2마리가 일본 아이 유키, 켄을 만나 적응하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독자를 따라오게 만든다.
새 주인을 만나 인사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일본어를 제시하고 있다. 언어는 상황속에서 배워야한다.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어들을 제시하면서 "중요하니까 외워! "라고 강요한다고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니다.
주인 잃은 한국고양이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인사말, 새로운 단어들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
 일본어는 남자, 여자들이 쓰는 단어가 다를 때가 많고, 축약도 심하며, 은어도 상당히 많다. 그런 것도 재미나게 섞어 두면서 알고만 있어라 하는데 이미 외워진 상태가 될 때도 많다.


일본어 배우면서 버거운 것은 정말 외울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숫자도 기수, 서수가 서로 다르고, 날짜 말하는 수, 사람 헤리아리는 수, 시간에 쓰이는 수... 모두 다르니 외우고 돌아서도 금방 잊기 쉽다. 이 책에서는 표로 잘 정리해 두었다. 그 표들을 그냥 외우려면 힘들텐데 멋진 MP3 파일이 있다.
어학책을 여러 권 사 봤지만 오디오 자료가 이렇게 멋진 책은 처음이다.
MP3가 4종류가 완비되어 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듣기,
정확한 발음을 듣고 따라 읽기,
정확한 발음의 일본어만 듣기,
재미있는 목소리로 일본어만 듣기이다.

책과 같이 할 수 없는 공간, 지하철, 버스 등에서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듣기를 하면 책 내용을 몰라도 이해가 되도록 되어 있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듣고 따라하기를 하면서 내 발음과 원어민 발음을 비교할 수 있었다.
외우기 어려운 동사, 형용사 활용은 정확한 발음, 재미있는 발음의 자료를 듣기만 하면 외우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머리속에 쏙 들어간다.   
책 제목 그대로 참 재미있으면서도 효율적인 일본어 공부가 되었다.
처음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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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다, 나는 역사다 - 정치인에서 예술가까지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삶과 사랑
허문명 지음 / 푸르메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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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구상엔 두 종류의 인류가 살고 있다. 남자와 여자.
여자들은 항상 역사라는 커텐 뒤에 숨어 있었던 약자였다. 정상적인 참정권을 가지게 된 것도 겨우 200년 밖에 안 되었으니 참으로 긴 세월 동안 역사속에서 어둠으로 남아 있었다. 비참하게 역사에서 제외 되었던 여성들이 이제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수많은 선배 여성들의 싸움으로 인해 얻어진 결과이다.

그 결과 위에 우뚝 선 여성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 바로 이 책 '나는 여자다, 나는 역사다'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중에서 훌륭한 업적을 가진 여성, 신문 위에 자주 이름을 남기는 여성, 남성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살아남은 여성들을 뽑았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 레이디 미셀 오바마,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이스라엘 첫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휴렛페커드 전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미국 현대미술의 독보적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 미국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독일 최초의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국민을 진심으로 대했던 육영수 여사, 대중자본주의의 전도사 마거릿 대처,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라는 소제목으로 12명이 소개 되어 있다. 270여페이지에  걸쳐 12명이 소개 되었으므로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족하나 그 인물의 출생, 성장 배경, 업적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가 가능할 정도는 설명은 되어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읽어 본 적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름부터 생소한 사람도 있었다.

일단 내가 모르고 있던 여성 인물을 알게 되어서 기뻤다. 태어날 때부터 소수자였던 사람도 있었고,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어려움을 겪었던 인물도 많았다. 하지만 허문명이란 작가가 선택한 인물들은 마더 테레사만 빼고는 하나같이 사회의 주류에 속했던 인물이다. 그들이 이룩한 업적, 과업이 별 것 아니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입한 사회는 주류사회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펼치는 일은 비주류 사회에서 오늘날에도 피땀흘리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는 보다 편안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으로 꼽힌 육영수 여사는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남편을 보필하는 입장에서 펼쳐진 선행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 올바른 역사 속에 남겨서 우리 후손들에게도 알려줘야 할 인물은 남편의 그늘속에서 선행을 한 여성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러리와 콘돌리자 라이스의 설명에 있어서도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씁쓸했다. 작가 자신이 보수적 색채를 가졌다는 것을 책 곳곳에 밝히고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주류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 경제력, 소질 등을 지켜 나가므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므로 역사의 일부분이 된다는 작가 허문명의 주장이 다소 공허하다.

허문명 작가가 선택한 사람들이 과연 긴 세월이 지난 뒤 역사에도 남아 있을 지 정말 궁금하다.
 나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허문명 작가가 선택한 사람들이 과연 긴 세월이 지난 뒤 역사에도 남아 있을 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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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 2009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박금선 지음,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기획 / 샨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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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박금선 지음 샨티

성매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금지된 이 순간에도 버젓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인류 존재의 역사와 성매매의 역사는 같이 한다고 하니 얼마나 오래전부터 성매매가 이루어져 왔는지 알 수 있다.
  성매매는 글자 그대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성을 파는 여성만이 큰 죄를 지은 냥 죄 값을 치러야하고 남성에 대해서는 처벌조차도 관대하다. 성을 산 남자들의 이야기는 무용담처럼 크게 떠들 수 있지만 성을 팔았던 과거가 있는 여성들은 과거를 들킬까봐 조마조마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 “축하해”는 현재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작가인 박금선씨가 성을 팔았던 “언니들”의 이야기를 그들 입장에서 아직 어린 여성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쓴 글이다.
17살에 새엄마의 구박에 못 이겨 가출하여 직업을 구하던 과정에서 성폭행 당하고 성매매의 길로 들어선 언니, 술집 아가씨로 일하다가 무서운 빚을 지고 빚쟁이로 쫓기다가 상담소의 도움으로 재판을 받고 빚 청산을 받게 된 언니, 친구따라 강남 가듯 성매매 일을 하게 된 언니,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왔지만 성매매 한 돈까지 뺏어가는 나쁜 ‘오빠’를 만나야했던 언니, 재봉 공장에서 일하다 노래방 도우미로 시작된 성매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언니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세상의 한 구석, 그것도 햇빛이 잘 비치지 않는 한 구석이 스치고 지나간다. 쓰레기와 먼지가 모이는 구석을 보면서 더럽다고 비난만 할 줄 알았지 어느 누구도 치우지 않는 구석은 과연 어떻게 정리 되어야 할까?
본인의 의지가 있었던 없었던 간에 성매매에 발을 들여 놓은 그 순간 돈과 빚의 노예가 되어 성매매의 불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음성적인 조직이 유지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둔 우리들의 무관심, 무지, 무정함이 더 큰 슬픔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 땀흘려 돈을 벌고 싶지만, 배운 것없고, 기술 없는 연약한 여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의 현장으로 뛰어 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 말고, 그들의 괴로움을 알아주고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순간이다. 약자들의 슬픔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들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참 고맙다.

한 번의 인생 실수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 선 수 많은 언니들!
막다른 곳이라 생각하는 곳에 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답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 하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걸어가시길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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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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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어를 할 줄 몰라도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인사말, "사요나라". 헤어질때 쓰는 인사말이다.
처음 일본어를 배우러 갔을 때 사요나라라는 인사말은 내일 또 만날 사이에서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랫동안 못 볼 사이에 쓰는 것이 어감상 맞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시다 슈이치의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구석에 달라 붙어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슬픔이 느껴졌다.
이 슬픔의 정체를 얼른 알아내기 위해 책을 펼쳤다.
일전에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떠 오른다.
악인에서도 지나치게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하더니 이번 작품에서도 강간범과 강간 피해자라는 극한의 상황을 놓고 심리전을 펼치고 있어서 읽으면서도 다소 불편한 감정이 꾸역 꾸역 올라와서 읽는 내내 불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집단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 여성이 견뎌내야만 했던 멸시와 구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탈피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의 경멸까지 극복해야만 했다. 반면, 폭행의 가해자는 아무런 피해없이 주류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었다.
집행유예라는 실형까지 받았지만 떳떳하게 취직도 하고 자리도 잡았다.  자신의 가해 경험이 회식자리에서 들춰지기도 했으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나는 진저리가 쳐졌다. 피해자를 도와 주지 않는 사회, 아니 피해자를 살아 갈 수 없게 만드는 일본사회가 바로 우리 나라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무런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서로의 입장이 바뀌도록, 서로의 빈자리를 경험하도록, 결국은 사요나라라는 말을 남기도 용서하며 떠나도록 해 주었다.
과연 요시다 슈이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도록, 이해하도록 만들고, 그리하여 가슴에 뭉쳐 있는 덩어리 하나를  삭혀 준다. 유아 살인이라는 범죄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인간의 용서라는 커다란 주제를 제시해 준 멋진 소설이었다. 앞으로 사요나라라는 인사말을 들을때마다 아련한 아픔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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