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 100년 전,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재판관이 벌인 재판정 격돌, 현장 생중계!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김흥식 엮음 / 서해문집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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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년이 되던 해. 참으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이토오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라는 작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나는 안중근의사가 개인의 자격으로 이토오 히로부미를 쏜 것이 아니라 대한의군의 참모중장으로 적장을  쏘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에게 아무도 안중근 의사가 대한 의군이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는데 그때의 충격은 참으로 컸었다. 게다가 그의 가족을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며 그의 첫째 아들은 독살, 둘째 아들은 호부견자라 불리며 친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론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보다 "미안함"이 훨씬 크게 되었고, 그의 시신마저 대제로 수습하지 못한 후손이라는 것이 낯뜨겁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박열", "대장 김창수" 등의 영화에서 일본인이 우리 나라 사람을 재판하는 과정을 본 것이 오버랩 되면서 안중근 의사는 어떻게 재판에 참가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집필한 김흥식 선생님께서 안중근 의사의 재판 과정을 속기한 "만주일일신문" 기자의 속기록을 참고하여 쓰신 책이라 한다.
이 책의 서문은 다소 특이한데 "재판정 입장 전 알아두어야 할 여섯가지 주의 사항"이라 하여 안중근 의사의 재판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알려 준다. 형사재판이며 안중근 의사의 변호인은 일본인 국선 변호사들이었고 안중근 의사가 극렬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일본인 국선 변호사. 참 기가 찬 일이다. 어떻게 일본인이 조선인을 변호할 수 있단 말인가. 재판이 정의롭게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보통의 삼심 제도에 따라 안중근 의사는 1번의 재판으로 자신의 형을 받아 들인다. 그 유명한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가 소개 되어 있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나도 2명의 아이의 어머니이지만 이토록 냉철하게, 이토록 단호하게 아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참으로 단단한 어머님. 그리고 그녀의 아들답다 싶었다.
책의 진행 순서는 세번째 공판을 뺀 5개의 공판을 순서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나리오 형식처럼 재판장, 안중근, 변호사, 검사 등이 한 대사들이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고, 설명이 필요한 단어는 옆에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설명이 따로 더 필요한 사건은 "사건 돋보기"라는 형식으로 사진이나 자료를 첨부하여 더욱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안중근 의사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고, 왜 이토오 히로부미를 쏘았는지 당당하게 설명했다.
  " 이 행동은 내가 한국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 역에서 독립 전쟁을 일으켜 이토를 죽인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를 전쟁포로로 취급을 해야 함에도 한낱 살인자로 여기며 피고인 취급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안중근 의사의 일본인 국선 변호사들이다. 그들이 검사측에서 구형한 사형에 대해 변호를 하는 장면은 한마디로 아이러니이다. 안중근 의사 행동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에 대한 선처로 대국의 면모를 보여 주는 것, 그리하여 조선인들을 교화시키는 방안으로 변호를 한다. 만약 대한제국의 변호인이 변호를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애시당초 러시아 법정에서 이를 일본으로 넘기지 않고 판결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을 해 본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안중근 의사. 우리는 그에게 정말 큰 빚을 지고 있다. 그의 희생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독립의 길로 차근 차근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위기 곳곳에 이런 훌륭한 위인이 있어 우리나라가 역사를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동영상도 없는 그 당시의 재판을 이렇게 실감나게 참가하듯 알 수 있게 되어 정말 고맙고 다시 한 번 안중근 의사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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