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는 수필이 싫었다. 읽다보면 하나 같이 글쓴이의 자랑이라 여겨졌다. 수필을 읽을바에야 지어낸 소설이 더욱 진실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수필을 읽으면 마음이 그렇게 따뜻해 질 수가 없다. 작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그전에는 작가를 동경했다면 지금은 같은 길을 가는 동지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작가들이 써 내려가는 수필은 내가 겪었던, 혹은 겪을 수도 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동지감도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필도 소장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일단 사 놨다. 몇 개월이 지나서야 책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책의 표지에 있는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라는 문장이 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사람들에게서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고 대화를 즐기는 편도 아니며 다른 사람 듣기 좋은 말을 일부러 골라서 쓰는 정성도 없기 때문에 차갑다는 평을 듣는다. 그렇다면 따뜻한 언어,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쓰는 걸까?

  이기주 작가는 이 책을 세 꼭지로 분류하였다. 언어가 필요한 글, 말, 행으로 나누에 각각에 맞는 작가의 일상 경험 책 영화 등을 아기자기하게 소개해준다.

책을 펼치고 글을 읽고 있노라니 볕 좋은 가을 어느 날, 이기주 작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일상이 이렇게나 솔직하게 와 닿는다니 새삼 놀랍다.

  언어의 온도에서 참 좋았던 것은 말의 어원을 알려 주는 것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작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은 여백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P 115)

말이든 글이든 마음에 새겨지면 정말 오랜 기간동안 남아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아픔을 주기도 한다. 그 상황을 잘 묘사한 문장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런 힘을 가진 글. 함부로 쓰지 말아야지, 그리고 함부모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만든다.


그래서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p 31)


말이 말으면 쓸 말이 없다고 늘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작가의 말처럼 언총에 묻어야 할 나쁜 말들을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쏟아 내고 있진 않은지 돌아 보게 되었고, 작가와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는 가슴이 울컥 할 때가 많았으며, 작가가 읽은 책, 작가가 본 영화. 대부분 나도 보고 읽은 것들인데 왜 나는 그 멋진 대사, 문장이 기억나지 않는지 나를 비웃는 계기도 되었다.

소설과 달리 수필은 언제 읽어도 좋다. 어느 부분을 읽어도 행복하다. 특별히 언어의 온도는 더욱 그렇다. 얼른 책 꽂이에 꽃혀 있는 말의 품격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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