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김영란법이 실시 되었다. 왜 이런 법이 만들어져야 하지? 법 없이 청렴한 사회, 정직한 사회는 만들 수 없나? 자존심 걸린 의문도 해 보고, 이런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청렴한 사회가 만들어질까? 회의감 어린 질문도 해 보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소시민인 나에게는 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 사회 생활에서 부담감이 사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윗사람에 대한 과도한(?) 예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어느 선까지 내 관심과 정성을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내가 누리는 이 안심감은 김영란이란 전대법관이 만들어낸 법때문이라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도서 검색에서 걸렸다.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대담 형식이라고 하니 나에게 과하게 어렵지 않겠지라는 기대로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은 총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 김영란, 김경란법을 궁리하다.
2. 권익위의 김영란법, 국회의 김영란법
3. 사실 금수저를 막아내고 싶었다.
4. 헌재, 김영란법에 합헌을 선고하다.
5. 김영란법, 박근혜-최순실을 겨누다.
6. 엘리트 카르텔, 부패의 연대기
7. 양심의 고백은 배신이 아니다.
8. 정의로운 검찰을 갖는 방법
9. 김영란, 김영란법을 변론하다.
한 장 한 장 제목만 봐도 책의 내용이 기대되었다. 얼른 책속으로 들어갔다.
김영란법의 정식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렇게 긴 이름의 법을 만들게 된 동기를 먼저 물어 보았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공무원에게 함부로 청탁을 못하게 해서 공무원을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즉 공무원들이 받지 않아도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메뉴얼이지 뇌물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법은 아니라 했다. 처음 이 법이 사람들 입에 오를 내릴 때 윗분들은 몇 십억씩 주고 받는데 현실에서 3만원 이상 가격의 밥을 먹는 것이, 5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주고 받는 것이 뭐 그리 큰 대수일까 라고 셍각을 했는데 김영란 법이라는 것이 매뉴얼, 청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글을 보는 순간. 그렇구나. 그래서 그 법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구나 실감했다. 사실 얼마 전에 읽기를 끝낸 비밀의 숲에서 검사와 검사 스폰서가 연결되는 고리는 "밥 한끼"였다. 대가성 없이 만나고 식사를 대접받으며 이것정도야 어떠리 했던 것이 발목을 잡게 된다고 했다. 요즘은 영화속 장면이 더욱 현실적이다.
나는 김영란 법이라고 해서 김영란 대법관이 입안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 줄 알았는데 이해충돌 밥어 규정이 빠지고, 사립학교,교, 기사, 학교 법인이 표함되었다고 한다. 부정청탁에 대해서도 정의를 나열식으로 유형화하였다 했다. 부정청탁을 유형화 한 것이 내 생각에는 다소 위험한 행위가 아닐까 싶었다. 유형화 된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으면 빠져나갈 여지를 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빠진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해충돌 방지라니 머리에 쏙 들어오지 않았는데 "공직자의 사익추구방지법"이라고 하니 좀 쉬웠다. 즉 "공직의 수행과 사적인 이해 관계에서 갈등이 있을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에 관한 규정"이라 설명해 주었다. 우리 주위에도 있지 않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산다든지, 땅을 산다든지 하는 경우. 이런 경우를 피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외국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을 사례로 들어 줄 때 그런 법들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참 부러웠는데, 김영란 교수님은 초등학교때부터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빠진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런 법이 만들어져서 우리들의 문화가 바뀐 것이라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뭐라고 했느냐면 "우리 문화가 바뀔 수 있는 하이타임이었기 떄문에 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 문화는 먼곳에 머물러 있는데 법을 만든다고 해서 절대 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고 했다. 그 말이 참 감동적이었다.
우리의 문화가 미성숙에서 이런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쓸쓸했는데 우리 문화가 성숙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니 뿌듯했다. 처음 교수님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 법을 입안했는데 통과된 법은 비공무원들도 포함되었고, 이 법을 시작으로 민간기업, 사적인 영역도 포함해서 점점 바뀌어가길 기대한다.
법에 문외한이라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김영란법이 처벌법이 아니라 매뉴얼이고 우리 사회, 우리 기업, 우리 학교 내에 청렴이나 부정청탁에 대한 매뉴얼이 정확하게 정해지고 그 매뉴얼을 내부내에서 철저히 지키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깨끗한 사회가 될 수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이 책 속에 소개 된 "이제는 누군가 해야할 이야기" 파도타기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김두식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학교에서 받은 포스트잇은 강의에는 써도 되지만, 내가 책을 읽을 때 쓰면 안된다"는 말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