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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대왕 ㅣ 사계절 1318 문고 7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9년 2월
평점 :
좋아하는 동화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항상 로알드 달과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를 답한다.
왜냐고? 그들은 아이들편에서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이러해야 한다, 그건 틀린 것이다, 이것이 좋겠다라는 어줍잖은 충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어른이라면 사라지게끔 만들어주는 그래서 아동들에게 역으로 깨닫게 만들어주는 작가들이다. 뿐만 아니라 배꼽을 잡게하는 유머, 번뜩이는 재치덕분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들어주는 작가들이기때문이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깡통소년"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크리스티네 작품은 두 번 생각할 필요없이 읽게 된다.
오이대왕? 오이들 중의 왕인가? 뭔가 싶어 표지그림을 보는데 표지가 스포일러.
오이대왕의 정체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화작가인 유타 바우어 솜씨로 떡 하니 나타나있다.
대왕이라 그런지 포즈도 상당히 거만하다. 오이대왕을 신통방통하게 바라보는 한 무리의 사람들. 이들과 오이대왕은 무슨 관계인지 살펴보자.
볼프강네 가족은 확대가족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 누나 마르티나, 동생 닉 모두 6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없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오이대왕이 부활절 아침에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길이 50cm에 눈,코,입,팔, 다리가 달린 통통한 오이 모양의 발톱에 빨간색 페티큐어까지 바른 오이대왕이 거만하게 나타나 망명하겠다고 한다. 식구들은 얹혀사는 객식구 주제에 왕대접 받길 바라는 오이대왕이 맘에 들지 않는데 아버지는 극진히 대접하려 한다.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들간에 의견 충돌이 생겼다. 그나마 동생 닉만이 아버지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버지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다. TV채널도 아버지가 독점, 누나의 남자친구도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만나지 말라해서 누나는 눈치를 보고, 수학 점수가 낙제점수에 가까워 아버지 싸인이 필요하지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버지 마음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가족들에게 강요했던 것이 오이대왕을 만나면서 표면화 된다.
다른 식구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독재하다 쫓겨난 오이대왕의 편만 들어 무고한 다른 오이 종족을 죽이려 하는 아버지를 반대하기 시작한다.
비교적 가족내에서도 민주화가 되어 있고,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들에게 일반적인 서양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있구나. 물론 가부장적인 우리나라 보다는 적겠지만...
아버지 말씀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아버지가 말해주는 것이 법인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펼치지 못할 뿐더러 자존감이 낮아서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변하지 않으면 아동의 행동은, 아동의 생각은, 아동의 습관은, 아동의 인생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부모님들이 참 많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오이대왕. 어느 날 우리 가족의 삶에 끼어드는 유형, 무형의 그 무엇인가가를 상징한 것이겠지.
가족들내에 평화는 딱 한 명의 "다름"에 의해 깨어질 때가 많고, 그 딱 한 명이 무한의 권한을 가진 아버지일때는 가족들이 불행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뇌스틀링거가 우리에게 주는 멋진 메세지, 멋진 위로가 아동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