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있다 -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당신에게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민들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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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가르치는 업을 가진다 보니 "스승"이 들어가는 책 제목은 유심히 봐 두는 편이다.

요즘 들어 화두가 된 "좋은 선생님"에 대해 늘 고민한다. 가르치기 때문에 돈을 받는데 잘 가르쳐야하고 좋은 교사라는 소리를 들어야할텐데 그러고 있는지, 매너리즘에 빠져 늘 하던대로 하는 건 아닌지.그러던 차에 도서관에 꼽혀 있는 노란색 표지의 예쁜 책을 발견했다. 사실 "스승은 있다"라는 큰 글씨보다는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운도 없는 당신에게"라는 작은 구절이 더 크게 보였다.

내가 어떻게 했냐를 따지기 전에 상대방이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은 교사가 잘못한 것을 먼저 찾아내서 섭섭하다고 말하고 좋은 선생을 못 만났다, 선생운이 없다고 말하곤 한

다. 나는 이 책이 교육학책쯤 된다고 생각하고 읽어나가길 시작했다. 하지만 몇 장 읽지않아서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 중 한 권  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는 젊은이를 보고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좋은 선생님은 "당신에게만 좋은 선생님일 뿐이다"라고 한다. 내가 좋은 선생님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아저씨이거나 아주머니일지도 모른다고...

아~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들어가는 말을 읽고서 말이다.

20명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결과물은 20가지로 다양하다.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배움의 주체성이다. 배움의 주체. 그렇기때문에 훌륭한 스승도 결국 제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근원적으로 생각하자며 배우는 것과 대화하는 것이 같은 것인지 물어본다. 옛날 소크라테스의 교육법이 대화법이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대화가 교육이 될 수는 없으나 어떤 대화는 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대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말해준다.

"기분 좋은 대화란 말하는 측은 말할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을 말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듣는 이는 들을 생각이 없었지만 전부터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P 67)"라고 한다.

"우리에게 깊은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대화라는 것은 말하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이 먼저 있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말이 왔다갔다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 사람이 말하고 싶었던 것과 듣고 싶었던 것을 알게 되는 겁니다"(p 68)"

아~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다.

흔히 소통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 주고 받는 말, 행동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작가는 진정한 소통은 메세지의 정확한 전달이 아니라 메세지를 주고 받는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알게 되면 커뮤니케이션은 멈추게 된다. 즉 "오해의 소지가 없는 소통이 아니라 오해의 여지가 확보된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소통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P103)"

하하..

사랑하는 연인사이가 그렇지 않을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도 궁금하고 알고 싶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오해한 것은 없는지, 상대방은 혹시 오해하고 있지 않는지, 오해하고 있다면 제대로 알게 해 주어야지...

작가는 대화, 소통의 이야기에서 스승의 존재로 끌어간다.

"당신은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배워라. 스승을 만드는 것은 제자이므로.

우치다 타츠루라는 사람은 합기도 사범이기도 하고 대학교수이기도 한 분이다.

이 분은 결국 스승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사람은 제자이고 가르침의 주체보다 배움의 주체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흰 수염이 난 도사님과 선문답을 주고 받는 듯한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진정으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

노선생님, 당신과의 대화는 정말 유쾌했습니다~

다음에 꼭 다른 책에서 만나 뵙도록 당신의 이름을 외워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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