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여우 사계절 아동문고 45
베치 바이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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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아이들을 위한 독서 골든벨 책을 미리 사 놓는다고 리스트를 내라는 독서 담당 선생님의 독촉 덕분에 아이들 책을 떠 올려 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것 저것 검색을 해 봤지만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은 판단하기 곤란하다 싶었다.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엔 어떤 책을 골라 독서 골든벨을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집 책꽂이를 뒤지던 중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사계절 출판사에서 발행된 검은 여우라는 책이었다 읽어본 적이 없어서 책 주인인 딸아이게 물어 봤다. 재미있고 감동적란다. 그래, 읽어보고 결정하자 싶었다. 책 표지에는 또롱또롱한 눈망울을 가진 검은 여우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다. 얼굴 일부분만 그려진 표지인데 꽤 강렬하다. 이 검은 여우는 우리에게 어떤 사연을 들려 줄지 무척 궁금해 하면서 책을 펼쳤다.

   대부분의 도시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장난감 조립을 하면서 지내던 톰은 엄마 아빠가 유럽 여행을 가야해서 시골 이모집 농장에 2개월간 가 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제안을 듣게 된다. 하~ 우리나라 엄마들과는 많이 다른 미국엄마이구나. 10살밖에 안 된 아이를 두고 2달간의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는 것, 그리고 그런 엄마를 원망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독립적인 아이의 인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쩜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

단짝 친구 피티를 떠나 시골 농장에 간다는 사실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아 거절을 하지만 아빠, 엄마의 설득에 못 이겨 시골로 떠나게 된다. 보통의 사내 아이라면 부모의 간섭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농장의 생활을 동경했을테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할텐데 톰은 그렇지 않았다. 높은 곳도 싫어하고 돼지며 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좀 무서워 하는 톰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리라 예측한다.

시간도 공기도 정지된 듯 느끼던 어느 날​, 두 팔로 안아도 모자랄만큼 큰 나무들과 앉기 좋은 보드라운 풀밭과 바위들이 있는 곳에서 피티에게 편지를 쓰다 우연히 검은 여우를 보게 된다. 세상이 정지 된 듯 여우의 움직임만 쫓던 톰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신만의 여우를 가슴에 남겨 놓았다. 틈만 나면 여우를 만나기 위해 전에 갔었던 장소에서 계속 대기하기도 하면서 여러차례 여우를 만났고, 여우를 본 것만으로 행복해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톰은 행복해 했다. 이 장면을 읽는데 괜히 코끝이 찡해져왔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톰의 정서가 부러웠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낄사이도 없이 공부의 압박을 받아야하는데 말이다. 톰은 지속적으로 여우를 쫓아 다니다가 여우의 새끼가 딱 한 마리 있는 여우 굴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여우와 새끼 여우의 모습을 본 톰은 자신 스스로 여기를 두 번 다시 오지 않기로 결심한다. 여우에게 피해를 줄까봐 생각해낸 갸륵한 조치이겠지.

하지만 이모집의 닭과 칠면조가 사라지고 그 범인이 여우로 지명됨에따라 이모부는 여우를 잡겠다고 말씀하시고 톰은 여우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우 사냥을 떠나게 된다. 여우 사냥 전문가인 이모부는 당장 여우의 굴을 발견하고 새끼 여우를 잡아 데려온다. 엄마 여우를 잡기 위한 덫이라고 하셨다.   톰에겐 어쨌든 여우와 여우새끼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기에 폭풍 치던 날 톰의 방 창문에 연결된 나무를 타고 내려와서 자물쇠를 깨고 새끼 여우를 풀어준다. ​

여우는 카랑카랑​한 울음소리를 남기고 숲속으로 떠난다.

톰이 엄마의 여행때문에 우연찮게 겪게된 농장 생활의 추억은 머나먼 기억처럼 하나 둘 사라지만 여우와의 만남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가슴속에 남은 여우가 아닐까?

다른 모든 것은 잊혀져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추억 한가지씩은 모든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동물과 교감하고 동물을 그리워했던 예쁜 10대의 기억. 그런 기억이 우리를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한편의 수채화같았던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림같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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