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리청소 마음청소 - 불황의 깊은 그늘과 개인의 무기력을 벗어나는 청소법, 개정판
가기야마 히데사부로 지음, 박재현 옮김 / 나무생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내가 잘 못하고 하기 싫어하는 분야가 청소이다.
어릴적부터 아버지께서 무척이나 엄하게 청소 교육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청소가 싫다.
그냥 어질러 놓고 살고, 어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라는 한계치에 다다르면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하지 않아도 불편한 줄 모르겠고, 청소한 뒤의 상쾌함도 느낄 줄 모르며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뭔가를 늘 찾는다. 어디에 무엇을 두었는지 잘 모르기때문에 내 인생의 절반은 찾느라 소비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청소 잘 하는 법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청소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라 청소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철학이 담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 일본을 청소로 감동시킨 사람이 청소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가기야마 히데사부로는 "청소가 환경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꾼다"고 생각하고 실천한 사람이다. 배운 것 많지 않은 사람이 도쿄에 올라와 사업을 시작했으나 경영이 쉽지 않고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는 청소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동참하기 시작했고 "일본을 아름답게 만드는 모임"을 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청소를 잘 하는 사람은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주변, 나의 가족, 나의 마을, 나의 사회, 나의 국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솔직히 가정주부가 끊임없이 청소를 하는 이유도 나의 가족을 생각하기 때문이지, 나만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가족 내에서 아이들에게도 청소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경쟁체제속에서 생존하고 있다.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선택을 해야하므로 초등학교때부터 학원 공부에 시달리며 살아가기때문에 요즘 아이들에게 청소라는 것은 시킬 수 없는 노동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이 등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청소를 시켜보면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청소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빗자루를 사용할 줄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인성 교육을 시키는데 청소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에는 모든 것의 질서를 잡아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단다.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가정과 직장, 사회 등 모든 것의 질서를 잡아준다고 한다. 심하게 갈등할 때나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여자들은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책상 위를 정리하거나, 커텐을 빨거나 이불을 빨거나 접시들을 몽땅 꺼내서 다시 씻고 정리하다보면 갈등이 해결되고 결정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런 청소를 가끔씩 하는데 저자는 "규칙적"으로 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나를 위한 청소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청소를 할 때 머리속과 상황이 정리되고 뭔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 운동장 정화활동"을 가르친다. 내가 편하고자 쓰레기를 운동장에 버렸지만 그것을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함부로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되겠다고 깨닫게 되며, 내가 지금 쓰레기를 주우면 학교 운동장이 깨끗하게 된다는 사실에서 아이들은 희열을 느끼게 된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이런 작은 활동들이 아동들에겐 하나의 사회 활동이 되는 것이다. 내가 잊고 있었고 실천하기 두려워 했던 "타인을 우한 청소"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심어준 "가기야마 히데사부로". 그의 끊임없는 사회적 청소가 올바른 사회 질서를 잡아주는 작은 동력이 되어 주었다고 믿는다. 나도 조금씩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긍정적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