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년 내내 신경써야 했던 가장 큰 일이 이번 주에 끝이 났다.

그동안 이 일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마음이 여유가 없었는데 갑자기 일이 끝나고 나니 한동안 멍했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나에게 뭔가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선택했다. 참, 그동안 진짜 여유가 없었네. 오쿠다 히데오의 새 작품을 찾아 보지도 못했네. 내가 읽어 보지 못했던 책이 2권이나 있었다. "준페이 다시 생각해"와 "소문의 여자". 먼저 "소문의 여자"를 선택했다.

오쿠다 히데오가 던지는 "여자" 이야기는 정말이지 재미있지 않는가? 초창기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걸"을 떠올려 본다. 마치 작가 자신이 여자인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여자의 심리, 여자의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능력이 대단하지 않는가?

책 표지에는 여자의 발가벗은 뒷모습이 보인다. 머리는 야무지게 틀어 올렸고, 목에는 빨간 색의 실뱀이 또라이를 틀고 있고 허리쯤엔 나비 문신이 있다. 이 여자가 바로 소문의 여자이겠지? 이 여자의 목에 있는 뱀은 무슨 의미일까? 허리의 나비는 또 무엇일까? 어떤 소문의 주인공일지 정말 궁금하였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가지 인간 군상을 보여 준다.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텐데도 굳이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서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인간들, 틈만 나면 마작장에서 마작을 하며 밤을 새우는 사원들, 간부들이 모두 친인척인 중소기업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원들, 개인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권 챙기기에 혈안된 공무원들, 유산 상속을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간 배다른 형제들, 삼 개월의 실업수당에 모든 것을 건 게으른 여자들, 집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자식에게 의지하고 매달리는 모자란 부모들, 파벌싸움 때문에 큰 사건을 묵혀두는 형사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젊은이를 매춘을 이용해 악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는 영감탱이들.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삶에 얽혀 있는 여자 이토이 미유키. 그녀가 스물 일곱살이 될 동안 그녀 주변의 남자 3명이 목숨을 잃는다. 하나 같이 돈 많은 남자들.

독자들은 미유키의 악행을 뻔히 알고 있다. 그런대도 우리는 미유키를 응원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미 공정이란 단어가 무의미한 일본의 작은 도시의 경쟁속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미유키를 손가락질하면 안된다는 듯이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를 설득시킨다. 그의 놀라운 필력에 딸려 들어간 나는 미유키의 악행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정상적인 법의 테두리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민주적 삶을 꿈꾸는 우리들에겐 지극히 현실적인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먼 나라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미유키는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기를, 더 이상 남을 희생시키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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