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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ㅣ 사계절 1318 문고 18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1년 3월
평점 :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아동문학상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뉴베리상"이다. 뉴베리 수상작을 읽어본 후 감동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기때문이다.
이번에도 뉴베리 상을 쫓아 한 권의 책을 선택했다. 딸이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한 것도 이 책을 선택하는데 큰 동력이 되기도 했다.
손도끼. 도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 도끼인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딸 아이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얘기에 용기를 얻어 책을 펼쳤다.
책 날개에 게리 폴슨에 대해 짧게 소개 되어 있었는데 뉴베리상을 3번이나 탔다고 한다. "개의 노래 " "겨울방" "손도끼"가 바로
그 작품들이며 150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고 하니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을 눈여겨 봐야겠다 다짐했다.
시작은 브라이언 로브슨이란 13살 소년이 소형 비행기에 비행사와 단둘이 비행하고 있는 장면이다. 친절한 비행사는 브라이언에게 비행기
조정법을 알려주며 수다를 떤다. 그러면서 어깨가 자주 결린다고 투덜거리더니 결국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금방 대충 들은 비행기 조정법을
되새기며 겨우 호수가에 불시착한다. 시작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하늘에서 홀로 남아 비행기를 조정할 수 밖에 없는 브라이언에
빙의되어 벌벌 떨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가에서 겨우 살아 나올 때, 밤에 모기에게 공격 당할 때, 어떻게 견뎌야 할 지 앞이
캄캄할 때 브라이언에게 떠 오른 것은 퍼피치라는 국어 선생님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문제에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지금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엄마가 여행 선물로 주신 "손도끼"를 보며 동기 부여를 하고 스스로 문제를 이끌고 나가자고 다짐한다. 덜 익는 버찌 열매를 먹고
설사하기도 하고, 거북이 알을 찾아 익히지 않은 채 삼키기도 하며 생명을 연장해 나간다. 자연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부딪히고
실패를 반복해 나가던 중 비행기 꼬리근처에서 생존 가방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어 겨우 꺼내온다.
그 속에는 너무나 절실했던 라이터, 냄비, 포크, 칼, 낚시 세트, 22구경 라이플 총이 들어 있었다.
너무나 절실했던 연장들이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를 뺐어 간다"라고 느낀 브라이언은 갑자기 자신의 마음이 뒤죽박죽
된듯한 느낌을 받는다.
57여일을 캐나라 숲속에서 생존했던 브라이언은 생존 가방 속에 들어있던 "비상 송신기"가 작동되면서 구조되어 집으로 돌아 올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연 속에서 생존했던 브라이언을 보면서 내가 어릴적 열광적으로 읽었던 보물섬이 생각났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의 힘들만으로 생존해 나가는 모습. 어쩜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겐 로망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숨어 있는 모험 정신을 대리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멋진 소설이었다.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고 난 듯 온 몸이 쑤시는 듯한
피곤함이 느껴지는 사실적인 면이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 될 수 있을 듯 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브라이언에게 용기를 주는 말은 "선생님"의 입에서
나왔다는 구절을 보면서 나도 아이들에게 멋진 말,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멋진 말을 꼭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내일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