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 러시아 예술기행 2 이상의 도서관 24
이병훈 지음 / 한길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4박 6일짜리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을 마쳤다. 인천에 무사히 도착해야 끝나는 것이겠지만 비행기에 오르니 이제 러시아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 여행의 마지막 작업인듯 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을 준비하면서 책을 찾아 봤지만 대부분은 절판이 되어있거나 러시아 전체에 관한 책이었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대해서만 설명된 책은 드물었다. 도서관을 샅샅히 뒤져서 ' 백야의 빼쩨르부르그에서' 를 구했다. 흔히 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검색해서는 찾을 수 없고 직접 찾은 책인데 그때의 희열은 보물을 찾았을때의 그것과 같으리라.
이 책을 쓴 이병훈 교수님은 러시아를 전공하시고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인'이란제목의 책에 이어 러시아 예술 기행 완결편으로 이 책을 쓰셨다. 책은 505쪽으로 제법 두껍다. 1,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빼제르부르그 도시 이야기로, 2부는 빼쩨르부르그 도시 근교 이야기로 이루져 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빼쩨르부르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이다 보니까 도시의 역사 문화 예술 다 방면에 걸쳐 의도가 심어져있다.
서유럽을 닮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표트르대제가 만든 도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소개되어진 장소가 정말 다양하다는 점이다. 빼쩨르의 거의 모든 장소가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4일 여행을 정말 알차게 다닐 수 있었다. 더우기 정확하게 찍어진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사진 찍는 포인터를 알게 될 뿐 아니라 다소 덜 알려진 장소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인들은 반미 감정이 있기도 하지만 문화적 우월감을 갖고 있어 영어로 문화재를 표기하거나 설명하는 친절을 절대 베풀지 않는다. 말도 잘 안 통하고 길을 모를때 책의 사진을 보여주면 금방 알아차리고 도와주기도 했다.
특히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내가 러시아 여행을 결심하게 된 '에르미따쥐 박물관' 소개였다. 루브르나 대영제국박물관과는 달리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사서 모은 예숭품이 모여 있는 이 박물관은 워낙 많은 수의 작품이 있어 하나 하나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택에서는 주요 작품 즉 램브란트, 루벤스, 마티스, 고호, 세잔, 피카소의 작품을 소개해 주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빛난 것은 예술 중심의 소개였고 덕분에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도, 넵스키 사원의 차이코프스키도 보고 올 수 있었다. 수많은 묘 중에서 책 속의 사진에 나와 있는 차이코프스키를 만났을때는 소름이 돋는 감동을 느꼈다.
제정 러시아 수도로서 지닌 화려함속에 숨어 있는 억압된 민중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책이 있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2부에서 소개된 도시 근교를 2군데 밖에 못 가봤다는 점인데 완벽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나중에 한 번 더 찾아올 기회가 있다면 그땐 도시 근교도 확실히 둘러 보고 싶다.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을 다니면서도 이 책을 읽었는데 여행을 마치며 정리하며 다시 읽으니 여행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된다. 차갑지만 깊고 그윽했던 상트 페테르부르그를 같이 했던 '백야의 빼쩨부르그에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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