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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 일기 ㅣ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왕파의 왕따 일기가 세상에 나온지 꽤 된 것 같다. 나도 한참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싶어서 보니 발매 날짜가 2001년이네. 그때도 왕따라는 말이 있었던가?
이 책을 다시 찾아 읽게 된 것은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고 독서골든벨도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사실 학교에서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애정결핍" 이다. 부모님께 충분히 사랑받고 가족의 테두리에서 만족스런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들은 친구들에게도 너그럽고 사랑을 베풀 줄 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친구들에게 바라기 마련이고, 친구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을 한다. 친구를 소유하고 싶어하고 독점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양미희도 그렇다. 부모님과 같이 지내지 못하고 학교 와서 친구들을 조정하면서 양파라는 무리를 만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어디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영리한 미희는 친구들을 양파라는 무리에 묶어두면서 다른 친구들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짠다. 양파만의
교환일기, 양파만의 반지, 샤프 등등으로 아이들에게 헛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그 무리에 묶이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정화도 그러하다. 양파에 가입하고 싶고, 미희와 같이 어울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단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던 미희가 정화의 아빠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의사인줄 착각하면서 양파에 들어오라고 한다. 정화의
아빠는 병원 이발사였고, 늘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착한 아빠를 부끄러워하게 된다. 잘못인줄 알면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무리에서 제외될 것이 무서워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정화는 괴로워한다. 방관자로서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정화는 정선이가 왕따로 인해
전학을 가면서 마음을 바꿔 먹는다.
"난 지금
양파에 들고 싶어 안달인 친구들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그리고 왕따가 아닌 다른 친구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왕따가 되어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았으면 한다"
소중한 친구 정선이를 잃고 나서야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깨달은 정화는 미희에게 정당한 행사를
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정하기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어른들이 끊임없이 신경쓰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왕따라는 단어가 좀
사라지도록 아이들의 세계를 눈여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