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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의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아쉬운 것이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인간을 길러 내는 작업이라 봤을 때 우리는 요즘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직업인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제자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교사가 되길 원했고, 훗날 제자들이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기억에 남는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는 요즘, 나의 의지를 불을 지피는 책 한권을 만났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진작부터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는데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오늘은 진지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올바른 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수 있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모리 교수님의 병상 인터뷰를 보게 된 미치는 한달음에 교수님을 찾아 뵙는다. 가끔씩 생각나긴 했어도 교수님 뵈러 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나도 이런 상황에 놓이면 교수님을 뵈러 갈 것 같긴 한다. 하지만 미치처럼 14번씩이나 화요일마다 찾아 뵈면서 인생 강의를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미치는 대단한 제자다.
은사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교수님을 자주 찾아 뵙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단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이지만 그 대화를 엿보는 우리에겐 미치가 받는 감동 이상의 감동이 전해진다.
죽음이 내 앞에 다가 왔다. 그런데 그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까지 앗아가는 루게릭이란 병으로 인한 것이었을 때 모리 교수님처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까? 자신의 업을 이렇게 지속할 수 있을까?
이렇게 구차하게 인생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어떠한 희망도 갖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엉덩이까지 남에게 맡겨야 된다는 사실을 즐기려 한다는 글을 읽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성스럽고 당당한 태도가 정말 큰 감동이었다. 게다가 16년이나 지나 만나게 되는 제자에게도 어제 만난것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생의 여유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미치가 처음 찾아 갔을 때
"마음을 나눌 사람은 찾았나?
지역 사회에 뭔가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초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
라는 모리 교수님의 질문. 정말이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당당하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멋진 인생이 되리란 생각을 했다.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하는 모리 교수. 마지막까지 은사님의 교수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준 미치. 두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를 꼭 기억하며 나도 그런 삶을 살아 가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