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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빅 피처"를 읽었다. 지겹지 않아서 좋았다.
시간은 많은 데 딱히 할일이 없을 때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었었다. 지금은 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 할 문제도 엄청 큰데 더글라스의 최신작이라는 "모멘트"를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재미나게 읽고 다른 일 시작해야겠다며 나를 달랬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책을 덮을 때까지 다른 일을 머리에 떠 올리지 않을 것이란 것도 어렴풋이 내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더글라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게다가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통일 전 독일이 시대적 배경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였지만 내가 어릴 때는 독일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여서 많은 비교를 하곤 했었다. 베를린 장벽이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동독의 경제까지 책임지느라 독일이란 나라가 휘청거릴 때 저렇게 통일되면 안된다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곤 했었지. 어쨌든 지금은 사라진 냉전시대. 그 시대 이야기라 더욱 구미가 당겼다.
더글라스는 이 책에서 자신의 분신으로 토마스 네스비트를 등장시킨다. 여행작가 토마스는 자신을 좋아하는 음악가 애인을 버리고 독일의 베를린에 여행기 취재를 하러 간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도피만하는 토마스에게 불현듯 다가온 여인이 있으니 "동독 여인 페트라"였다. 사랑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사랑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토마스이지만, 사랑해야 할 여인을 만났을 때는 과감하게 상대방을 받아 들일 줄 알았다.
페트라 역시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토마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우리의 희망을 살짝 비켜가는 것.
토마스는 페트라의 사랑을 의심한다. 상황이 어찌되었던 간에 자신을 향한 사랑을 의심했기때문에 페트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영원히 사랑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마침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라, 여기 저기서 전쟁 영화, 이야기가 흐르는 즈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상과 이념 다툼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했던 동독인과 서독인의 삶의 형태를 슬쩍 맛 보았고, 우리 나라 사람은 전혀 낯설지 않게 이야기를 읽어나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꼴랑 2권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가 생각 났다.
프랑스 작가이지만 너무나 헐리우드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욤 뮈소. 미국 작가이지만 미국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프랑스인에게 인기가 많은 더글라스.
상반된 듯 하면서도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영화적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의 책도 기염 뮈소의 책도, 시간을 잡아 먹는 괴물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