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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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직한 아픔을 주는 작가.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깊은 인생을 알게 해 주는 작가. 신경숙 작가다.

모르는 여인들. 당연히 장편이라고 생각했다. 신경숙 작가의 단편은 읽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집에서 살펴 보니 "신경숙 소설"이다.

아, 단편 소설집인가 보다. 내가 알지 못한 신경숙 작가의 단편 세계를 알게 되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세상 끝의 신발. 처음 만나는 이야기이다. 신경숙 작가는 신발에 대한 특별한 관찰을 하나? "엄마를 부탁해"에서 나의 눈물샘을 미친듯이 자극한 것도 '파란색 슬리퍼'였는데, 이번에도 부츠, 털신이 나의 감정에 턱 와 닿았다. 집에 들어 섰을 때 엄마 신발이 있으면 좋아했고, 못 보던 신이 있으면 누가 왔나, 호기심 자극하는 소재. 좋아하던 사람의 끝. 그 사람의 신발.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화분이 있는 마당. 오래된 연인으로부터 절교를 선언당하고, 언어장애, 식이장애를 겪던 여자 인터뷰어가 환상적인 만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 환상적이고 몽환적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그가 지금 풀숲에서. 외계인손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둔 남편 이야기. 한강의 "노랑무늬영원"에서 도 그려졌던 외계인손증후군. 실제로 존재하는 병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아내의 왼손. 단절된 부부의 무서운 단면을 보는 듯 해서 끔찍하기도 했다.

교통사고로 아무도 오지 않는 숲에 쓰러진 남편은 그제서야 아내의 아픔을 깨닫는다.

어두워진후에. 존속살인범의 용의자로 오른 주인공의 어질러진 삶속에서 우연히 만난 매표소 아가씨. 그 아가씨에게 밥도 얻어 먹고,술도 얻어 먹고, 잠자리까지 얻어 자고, 집으로 돌아갈 차비까지 받으면서도 감사의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매정함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누구보다 불행할 수 있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가씨의 삶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성문 앞 보리수. 여자 친구 3명의 이야기. 이국만리 독일에서 삶의 둥지를 튼 여자 친구1. 한국에서 책 관련 일을 하는 여자친구2. 소원하던 집을 산 그날 아파트에서 뛰어 내린 여자친구3. 평범한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

숨어 있는 눈.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날 때마다 고양이를 주워 집으로 오는 A, 그런 아내의 습성으로 고양이 판이 되는 집을 견디지 못하는 A의 남편, 급기야 사라진 A, A를 찾는 남편. 알 수 없는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아내와 남편이야기.

모르는 여인들. 첫사랑을 20년만에 다시 만나 보니, 그의 아내가 암에 걸린 채 그의 사랑을 거부하고 숨어버려 이유를 찾아 나서는 그. 그와 헤어져 아픈 남편에게 다시 충실할 수 있는 그녀.

신경숙의 이야기는 한편 한편이 슬픔이면서 위로가 된다.

보물과 같은 단편 7편은 내 삶의 한 켠에 남겨두고 천천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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