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책 욕심이 많다. 서점, 도서관에 가면 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다. 경제력만 허락한다면, 아니, 다른 것을 줄여서라고 책을 사주고 싶다. 나도 갖고 싶은 책 리스트가 제법 긴데 그 중에서 지금 당장 사고 싶은 책이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이다. 도서관에 쭉 꼽혀 있는 책들을 보며, 이 책의 내용이 아이들 머리속으로 점프해서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침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100권을 떡 하니 사 놓으면 아이들은 책에 질려 버릴 것 같아 내가 한 권씩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권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먼저 택한 책은 정말 존경하는 "정약용 선생"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지었다. 이 전집의 컨셉이 어린 아이들에게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풀이하여 전달하는데 맞춰져 있으므로 초등학교 교사가 지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제목을 왜 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경학을 배운 적도 없고, 정약용은 실학의 대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궁금함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해소되길 빌면서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강대철이라는 초등학생이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와 살면서 과학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이다. 대철이에게 어느 날 학교 쓰레기 처리장에서 발견된 이상한 노인이 있었으니 바로 정약용이다.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타임 슬립이라는 요소를 이용했다. 어느 날, 역사속의 인물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아이들이 흔히 상상하는 즐거움 아닐까? 지루하기 쉬운 철학을 만나기 위해 SF적 요소를 적절하게 잘 섞었다고 생각되었다. 저자는 대철이가 정약용에게 평상시 묻고 싶었던 것을 질문하고 정약용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정약용의 철학을 슬며시 알려준다. 실학자라 알려진 정약용도 경학이라는 유교 경전을 연구하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을 알려주고, 경학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경세학 즉 경세제민지학이라고 설명해 준다. 나도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제목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설정은 정약용 선생이 대철이의 아버지를 따라서 수원화성 복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복원사업의 사업금이 국회의원에 의해 삭감되고, 노동자들의 월급도 줄어들자 앞서서 국회의원을 성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정약용의 면면이었다. 백성을 사랑하여 목민관의 올바른 자세를 늘 강조하던 품성을 떠올린다면 현대에서 이런 모습도 어울려서 가슴이 찡했다.
아이들에게 쉽게 인간의 기호, 여전제, 목민심서 등도 쉽게 풀이해 준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 아이도 이 책을 순식간에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특성을 잘 이용하여 정약용의 철학을 쉽게 전달하는 영리하고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