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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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니 육신도 뻐근하지만 정신도 희미해서 뭔가 하나 집중할 수가 없다. 이번 여행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스노우 쿨링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심했던 까닭이리라. 그래서 선택한 책은 기욤 뮈소의 책이다. 기욤 뮈소를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이 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라고 해서 프랑스적인 것을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헐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액션신과 러브신. 그야 말로 눈에 보이는 소설이다. 그 뒤로 기욤뮈소의 작품은 "가만히 있기 힘든 상황"에서 많이 택했다. 비행기에서, 기차에서, 심지어 멀미나는 버스안에서...

천사의 부름. 과연 어떤 요소로 나를 즐겁게 해 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파리의 플로리스트 매들린과 샌프란시스코 셰프 조나단이 뉴욕의 JFK공항에서 서로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뀐다. 매들린은 애인과 함께 밀월여행을 갔다가 파리로 돌아오는 길이었고, 조나단은 이혼한 아내와 같이 살고 있는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뉴욕으로 갔던 길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치고는 좀 진부하지 않은가 싶었다. 워낙 환상적인 주인공들과 사건 구성을 자랑하는 기욤이 이번엔 요리사, 플로리스트, 휴대폰 뒤바뀜이라는 단순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열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읽어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휴대폰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을 각자 파리, 샌프란시스코에서 알게 되고, 택배로 서로의 핸드폰을 받기로 하지만 파리의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해 핸드폰 제자리찾기는 당분간 힘들게 된다. 그 사이 조나단과 매들린은 바뀐 핸드폰의 속을 들여다 보면서 상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매들린은 세계적인 도도한 요리사였던 조나단이 이혼과 사업 실패로 작은 식당의 요리사로 전락하는 모습을 쫓아가보고, 조나단은 매들린이 여자 경찰이었으며 사건 미해결에 자살을 감행했던 과거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의 휴대폰이었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었던 사건의 전개가 아닌가?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스캐줄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소설의 줄거리가 짜여진다. 기욤뮈소는 트렌드를 읽을 줄 알며 그것을 소설에 반영하는 영리함을 가진 작가이다.

지역과 직업의 특징상 전혀 연결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고리가 있었으니 바로 앨리스라는 소녀다. 실종사고 주인공으로 매들린이 그토록 찾고자 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소녀, 그 소녀에게 조나단도 진 빚이 있었다. 소설은 두 주인공을 잠시 조연으로 돌리고 앨리스를 주연 배우로 고용하한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로 변신한다.

늘 느끼지만 기욤뮈소의 글은 목마른 사람이 마시는 물처럼 달콤하다.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읽는내내 기분이 좋아지는 듯 하다.

나의 힘없는 일주일을 책임줘 주어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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