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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평점 :
믿고 읽는 푸른문학상. 제 10회 푸른 문학상 수상작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를 사 놓고 그동안 읽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손이 닿았다. 온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주문할 때 가능하면 아이들 책도 같이 사려 하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읽든지 읽지 않든지 주변에 읽을거리가 널려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나의 신념때문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우리 딸들은 주문한 책 상자를 풀 때 옆에 앉아 있다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읽는 편이다. 그 맛에 나도 계속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나도 그 책을 읽는다. 같은 책을 읽은 책동지. 생각외로 큰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 책도 주문하자 마자 아이들이 먼저 읽었는데, 재미있다고 했다. 책 표지부터 무척 재미난 일러스트레이트로 채워져 있다. 표지 중간에 소년 한 명이 졸면서 글을 쓰고 있고, 그 뒤로 여학생이 드럼을 치고 있다. 아마도 졸고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겠지.
책 내용은 주인공 소년, 안용하의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약 두달 남짓 기간의 일기형식이다.
용하는 낮엔 시도 때도 없이 기절하듯 잠시 잠깐 잠을 이루고, 밤에는 가위에 눌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기면증이란 병을 갖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기면증이라는 병은 영화에 주로 등장하던데 성장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유부단하고 숫기도 없는데 기면증이란 컴플렉스를 가진 우리의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여자 주인공 나은새. 은새는 같은 반 친구이며 부모님의 교육방침에 반기를 들고 용하의 집, 게스트하우스에 1달 투숙하고 있는 드러머이다.
여학생의 반항.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다. 남학생들이 집을 뛰쳐나가 생활하는 경우는 많으나 여학생을 그런 캐릭터로 잡는 소설은 드물다. 기면증이란 컴플렉스를 가진 소년과 가출 소녀 나은새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용하의 집이 게스트 하우스라는 설정도 참 재미나다. 게스트하우스, 집떠난 여행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숙박시설. 아이러니하게도 용하의 식구는 게스트 하우스 내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고 용서와 포용을 알아간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들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단어의 선택이 10대의 취향에 맞게 신선하며 문장의 길이도 길지 않아 쉽게 다가온다. 지루하지 않게 읽다보면 용하와 은새의 고민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을 알게되고 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리 작가는 스스로가 어릴적부터 써오던 비밀노트가 있어 거기에 자신의 일상, 느낌, 감정을 쏟아 부으면서 자신만의 랄라랜드를 찾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10대는 공부 외에 뭔가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취미, 특기 생활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견디기 어렵고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도 자신만의 랄라랜드를 찾아 행복을 유지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