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 대신 마음의 병을 앓는다
다카하시 카즈미 지음, 이수경 옮김 / 시루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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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93년에 교단에 처음 섰다. 그때랑 지금이랑 비교를 해 보면 그때 학급당 인원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가르치기 더 힘들다. 집중력은 훨씬 떨어졌고, 말은 많고, 산만한 정도가 더 심해졌다. 나보다 경력 많은 선생님들께 여쭤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한다. 예전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수도 많아졌다. 이런 저런 문제가 많은 아이들은 가끔씩 부모님을 호출하여 같이 상담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엄마도 다소 문제가 있다"이다.

부모님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 혹은 여러가지 사정상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는 경우이다. 상담후 부모님이 교사의 진정성을 믿고 자신의 행동이나 상황을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면 아이들의 행동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아픈 아이는 결국 엄마가 낫게 해 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책을 발견했다. 바로 "아이는 부모 대신 마음의 병을 앓는다'이다. 제목만 봐도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바로 알 수 있다. 단순히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 아니라 부모를 대신해서 병까지 앓는 존재라니 정말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아동문제 전문가로 정신과 의사이자 의학박사이다. 아동문제 진료소를 열어 부모와 자녀 관계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의 내용도 박사님의 상담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다.

부모에게 칼을 휘두룰정도로 폭력적인 아이, 어른이 되었지만 방에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 음식을 거부하는 딸,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 사회 관계 형성 능력이 없는 엄마를 둔 아이 등등 사례를 통해 보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 맺기는 참으로 중요한 사회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게 되는 부모와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가정에서 성장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기형인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급기야 자신의 아이들과도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잘 못된 관계형성이 대물림 되는 것이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것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고, 상담 뒤 부모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그 문제를 직시하였을 때 아이들의 병이 서서히 나아간다는 것이다. 작가는 진료소를 찾아 온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 노려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주려 애썼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상담이란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나 고민이 아닌 존재감을 듣고, 존재를 학인하는 일이다. 그 결과 새로운 생활감이나 존재감을 찾거나 현존하는 자신 모습 그대로에 안심한다" 라고 말한다.

자신이 이 사회에 건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잘 인정하지 않는 환자를 자신을 바로 보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자식들과 관계를 제대로 가지도록 만들어주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병을 조금씩 치유해 나가는 것을 보고 "들어줌=존재 인정"이라는 공식을 찾아 내었다.

문득 상담 공부를 제대로 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이들이 존재잠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들어가는 부모 자식의 관계의 여러 케이스를 보고 그들이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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