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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제목만 들으면 영어 공부 이렇게 했다류의 수기인줄 알겠지만 이것은 제 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재천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책 표지부터 살펴볼까?
온통 노란색이다. 책 가운데 떡 하니 바나나가 나와 있으며 등장인물인 듯한 인물들의 캐리켜쳐가 그려져있다. 겉표지만 봐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웃음이 피식 나온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펼쳐 들었다.
토익 점수가 좋지 않아 주류 사회에 편입할 수 없었던 한 남자가 호주로 어학 연수를 떠난다. '남자답게 스릴을 즐기며 영어를 배워라"는 브리즈번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제임스의 충고대로 대마초 씨앗을 운반한다. 그리고 바나나 농장으로 위장한 대마초 농장의 외국인 인질 역할을 하라는 스티브의 부탁으로 스티브의 인질이 되어 숙식을 해결하며 토익을 위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영어라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성공 열쇠를 얻기 위해 그깟 '위법'쯤 가볍게 생각하는 유머가 독자들에게 먹힌다. 그래, 그럴 수 있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영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우리들은 주인공의 입장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이단'이라 부르는 종교를 가진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주 유학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주인공의 생각을 '스티브'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독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을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를 잘 모르면서 해결책만 찾는 우리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지
않는가?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p 208)
가슴에 비수가 꼽히는 장면이다.
쓰디쓴 약을 먹는 것처럼 입안이 씁쓸하다.
그런데 이 심각함이 오래 가지 않는다. 곧 또 다른 유머러스한 장면전환으로 금방 심각함을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작가의 농간에 휘말리고 한다.
이처럼 작가는 꿈 속에 현실을 심어두고, 현실속에 비웃음을, 비웃음 속에 동정을 마구 섞어 놓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그러나 비참하지 않도록 배려해준다.
영어라는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의 슬픈 모습을 슬프지 않게 그려주어서 정말 고맙다.
'영어 못해도 살아가는데 별 지장 없고, 영어 잘 해도 뾰죡한 수는 없다'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읽은 독후감을 가름하고자 한다.
'심재천 작가' 그의 짧은 문장, 그러나 긴 얘기. 충분히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