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다이어리 창비청소년문학 32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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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 코모리-은둔형 인간을 가르키는 일본어이다. 일본에만 있는 현상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모양이다. 언젠가 "김씨 표류기"란 영화를 보니 상상을 불가하는 히키코모리형 인간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폐쇄된 공간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과장된 것은 아닐까? 했는데 이 책 "오프로드 다이어리"에도 은둔형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청소년, 가장 밝고 신나고 재미있어야 할 청소년들의 은둔형 삶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

주인공인 빔은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고등학교 자퇴생이고 앨리스는 특목고 자퇴생이다. 현실에서는 은둔형 외토리이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맘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영혼의 친구가 되어 서로의 삶을 유지시켜 주고 체크 해주는 관계가 된다. 빔은 엄마가 사 놓은 할리 데이비슨이란 명품 오토바이를 앨리스 덕분에 먼지 속에서 꺼내고, 앨리스를 향해 달려나가며, 삶이란 온로드일 때도 있고, 오프로드일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실을 잊고 싶어 은둔했던 빔은 현실을 인정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누나가 기다리는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과 한부모 가정의 안타까운 삶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냄으로써, 기성세대가 만든 제도, 비주류층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청소년들이 병들어 간다는 사실을 잘 인식시켜 주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다"면서 고등학생인 우리들에게 뭐가 그리 좋냐고 물으신 적이 있었다. 공부가 비록 힘들긴 했지만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책임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노력하면 그만큼 얻을 수 있다 생각했던 것이 우리들의 학창시절이라면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 노력해야만 하는 슬픔이 있다. 그래서일까 쉽게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정말 마음 아프다.

이 책의 주인공이 빔의 장래희망이 영화감독이라서 그런지 소설 속에도 영화가 자주 등장하고 영화 오마주 같은 부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의 제목인 오프로드 다이어리 역시 채 게바라가 젊은 시절, 친한 형과 같이 여행한 오토바이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제목에서 따 온 것이다.

소설의 도입도 현재의 슬픔 속에서 과거를 플래시 백하면서 시작된다. 현실에서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 하는 책인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다소 무겁고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싶다. 하긴 현실이 더 지옥인데, 현실보다 더 무서운 픽션은 없겠지.

갈 곳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 세상을 마주 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현실로 돌아오는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부터 작가 "표명희"의 이름을 기억하겠다. 그녀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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