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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작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있으며 그의 팬도 엄청나게 많은 모양이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대단한 작가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도서관에 갈 때이다. 도서관에는 하루키의 소설, 수필도 많지만 하루키의 문학에 대해서 쓴 글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직 집필하고 있는 하루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보구나 싶었다. 그만큼 일본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올해도 노벨 문학상 후보가 되었던 작가다. 빨간 표지의 "하루키, 하루키"를 보는 순간, 나도 하루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이 문득 생겼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하루키의 인생에 대해, 뒷부분은 하루키의 문학 작품에 대해 씌여졌다. 사실 위인전이나 평전의 경우는 딱딱해질 것을 우려하여 부드럽게 기술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쓴 히라노 요시노부 교수는 하루키가 직접 구술한 것, 인터뷰 한 것 등 사실에 기초한 데이터만 인용하여 쓴 것이라 상당히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하루키 인생 자체가 재미있었던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양친이 모두 국어 선생님이셨고, 아버지의 고전문학 강의에 반발하여 외국문학에 취미를 가졌다고 하니 아버지 보시기에 얼마나 기가 찾을까? 그때부터 째즈에 빠졌고, 대학도 재수해서 와세다 대학에 들어갔으며 7년만에 졸업했다고 한다. 연극영화과 졸업논문을 보고 교수님께서 글을 계속 쓰라고 격려해줬다고 하니, 글쓰는 재주를 알아보신 걸까? 결혼은 대학 다니면서 하게 된 하루키는 아내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재즈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제일 압권이었던 것은 하루키가 글을 쓰려 마음 먹게 된 계기가 야구장에서 야구보다가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싶어 글을 쓰자 결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야구 좋아하는 나는 그 심정 이해한다. 야구장에서 열심히 뛰는 야구 선수를 보노라면 나도 저렇게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사실 그동안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느낌이 참 좋았다. 비현실과는 또 다른 희망적이면서 유쾌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하루키 문학의 일본에서의 위상이랄까, 일본 문학에서의 가치랄까 그런 것도 알게 되어 좋았다. 단지 조금 비쌀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돌덩이가 보석이란 것을 알게된 기분이다. 무엇보다 하루키의 문학작품에 달린 비평가들의 비평을 읽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었다. 이렇게 학문적으로 세심하게 뜯어서 비평하는 구나 싶었고, 사람마다 비평하는 관점도 상당히 다르구나 싶었다.
다만 뒷부분에 소개된 하루키 문학 소개부분이 나에게는 좀 지루했다. 내가 읽은 것들은 괜찮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것의 줄거리를 자세히 읽는다는 것이 고통스러워 솔직히 몇 개 책 표지만 열심히 보고 내용은 스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도서관에 간다면 하루키의 작품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뽑아 읽을 수 있도록 등대역할을 해 준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살아있는 작가의 평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사람도 연구의 대상이 되고, 동시대 작품을 분석하여 그 가치를 하나 하나 설명해 주는 책들이 많다면 우리 독자들의 문학 비평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해 본다.
하루키 하루키. 당신의 작품을 반갑게 만나고 열심히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