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SK 와이번스, 롯데 팬인 내가 제일 싫어하는 팀이었다. SK와의 경기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팀의 공격이 SK의 수비에 막힐때 제일 짜증스럽기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도 저런 멋진 수비, 절대적인 집중력이 있는 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SK가 바뀌었다. 이제 겨우 절반을 달려온 프로야구라 남은 반,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SK는 예전같지 않다. 사람들은 감독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만수 감독이야 삼성 시절부터 포수로서 명성을 날린 엘리트 야구 선수로 알고 있지만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는 재일교포였다는 것과 맡는 구단마다 멋진 변화를 주는 감독이라는 것 외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야구의 신,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스승으로 삼는다는 김성근 감독. 그 분이 쓰신 글을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제일 먼저 선택한 책이 '꼴찌를 일등으로'이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 쿄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넉넉치 않은 가정 형편에 야구를 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셨단다. 투수로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비싼 공을 던질 수 없어 자갈을 던지면서 제구력을 갖추었고,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 아침에 우유 배달을 하고 산을 내려오는 훈련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했다고 한다. 재일 교포 학생 야구단으로 고국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동아대, 교통부 선수, 기업은행 선수로 뛰게 되었으나 혹사로 인한 부상, 치료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다.

전설의 투수인 최동원선수도 엄청나게 혹사 당하고 선수 생명을 잃게 되었으니 그 보다 앞선 세월이었던 김성근 감독 시대는 아픈 것도 운명이고 아픔을 참고 던지는 것도 운명이고 그래도 안 되면 은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된 김성근 감독님은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후배들을 단련시키던 방법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다. 재일교포였던 주홍글씨, 학연, 지연 없이 홀로 싸워야했던 김성근 감독의 삶이 만만하지만은 않았을것이다. 외부의 시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팀을 완성해나가는 감독님의 의지가 정말 부러웠다.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게 만드는 감독님의 훈련은 때로는 선수의 눈에서 눈물나게 만들고 감독님을 악마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결국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운이 좋아 훌륭한 팀의 감독을 맡아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감독님처럼 잘 하지 못하는 선수를 잘 하는 선수로 만들어주는 감독은 흔하지 않다.

선수를 버리지 않는 감독, 끝까지 훈련하여 만들어내는 감독. 그래서 꼴찌를 일등으로 만들어내는 감독님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야구의 신이라 말하겠지.

그의 야구를 재미 없는 야구라고 이기기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야구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감동을 주는 야구를 하는 분도 김성근 감독이라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내가 잘 몰랐던 감독님의 "과거"를 알게 해 주었다. 더불어 감독님의 "미래"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지금 고양 원더스 독립구단을 맡아 지도하고 계신데, 얼마전 고양의 선수 한 명이 LG로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프로에 진입하지 못한 선수들로 꾸려진 고양 원더스에서 김성근 감독은 가능성을 길러내고 있다. 그의 말씀대로 "꼴찌를 일등으로"만드는 작업을 하고 계신것이다. 오늘도 김성근 감독은 직업 펑고를 쳐 주시면서 훈련을 시키고 계시겠지?

꼴찌를 키워낼 수 있는 감독. 1등이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 세상에서 꼴찌를 키우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이미 "감동"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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