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둘뿐이다 ㅣ 놀 청소년문학 11
마이클 콜먼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명의 남자 아이가 서 있다. 노란 머리 아이는 정면을 응시하고, 갈색 머리 아이는 다른 아이의 눈치를 보며 불안해 한다. 이 아이들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문구를 만난다.
'화해하는 것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더 어렵다 -아들레이 스티븐슨-'
그렇지, 마음을 담은 진실한 화해라는 것은 진정으로 어려운 것이지.
이 두 소년에게도 화해를 해야하는 숙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용을 짐작하며 본문을 읽어나간다.
다니엘 에드워즈와 토쉬 토저. 표지 그림의 두 아이 이름이다.
다니엘과 토저가 땅 밑 캄캄한 어둠속에서 두려움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에 모든 현상을 수식과 그래프, 목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다니엘과 무식하고 둔한 토쉬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이다. 다니엘과 토쉬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와 괴롭히는 아이의 관계이기때문이다. 이렇게 불편 두 아이가 학교란 공간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생활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들을 악의 순환에서 구해주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두 아이를 동시에 힘들게 하는 액셀만이라는 선생님이 존재할 뿐이다. 삼각형의 꼭지점처럼 서로의 자리에 닿을 수 없던 세 사람이 일주일간의 현장학습에서 어두컴컴한 땅 밑에서 딱 마주쳤다. 좀처럼 내보이지 않던 마음을 드러내며 한 발짝씩 다가가는 두 아이의 모습에서 상황이 배제된 아이들의 관계는 진실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라 얕보고 자신만의 방식만 내세우던 교사 액셀만의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의 어른의 모습은 아닐까 싶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일본어를 배울 때 처음으로 들었던 단어 "이지메", 왕따라는 단어로 정착된 집단 괴롬힘의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또래 집단과 잘 어울리지 못할 뿐 아니라 이유없는 괴롭힘에 삶의 이유마저 잃어버려 쉽게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도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만난 이 소설은 참으로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집단 괴롭힘에서 괴롭히는 아이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괴롭히면서 즐겁고, 괴롭힘을 피하려할 뿐이다.
사소한 상황은 제거 되고, 생존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생겼을 때 두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러낸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들은 나와 친구인 적 없었어. 진짜 친구는 아니었단 말이야. 뭐 둘은 서로 진짜 친구겠지. 하지만 나하고는 아냐. 난 지금껏 한 번도 진짜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어" (p 189)
"난 네가 부러워, 우리 친구하자"라고 말하고 친구로 지낼 수도 있는 관계를 괴롭힘으로 대신 했던 외로운 토쉬를 다니엘은 이제 용서해 줄까?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려했던 액셀만의 고집을 보며 우리는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진 않은지? 냉정하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