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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첫 아이놓고 직장 다니고 시어른과 같이 살면서 삶이 참 힘겹다고 느꼈다. 시어른께 일이 생기면 아이를 안고 친정으로 데려다 놓고 출근 해야 했는데, 그때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50대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철없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께 이런 나의 희망을 얘기하면 그래도 지금이 제일 행복할 때이니까 엄살 떨지마라는 구박을 받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오십대는 이렇다. 자신의 인생에 일어날 중요한 일은 모두 해결되고, 보너스처럼 주어진 삶이다. 그런데 마흔 두살이 된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오십대가 그렇게 편안한 보너스 같은 삶은 아닐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들의 삶과 부모님의 삶에 엮여 있는 중간의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80살정도 거뜬히 살아진다고 하니, 부모님, 자식의 삶과 계속 연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50살 이후의 삶을 꾸려나가야 할까?
그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 바로 "오십후애사전"이다. 작가 이나미는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외국에서 공부를 한 심리학의 대가이다.
대한민국에서 5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50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50대를 보내야하는지 알려주려고 한다. 이 책은 300페이지 가량의 제법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 읽듯이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은 제목의 한 단어씩 끊어 '오십, 후, 애, 사, 전' 이렇게 모두 5개의 파트로 나눠져있다.
오십, 나이에 대한 상상에서는 50대에 들어서면서 50대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사회인으로서 의무를 마무리 할 준비를 하면서 안정된 노년을 위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돌보는 시기라고 말한다. 시간, 운명, 죽음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머지 않아 닥쳐올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행복한 50대가 된다고 한다.
후, 세월의 흔적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기계도 50년 쓰면 고장 나는데, 사람의 몸이 고장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성기능 저하, 각종 관절의 이상, 두뇌의 이상을 잘 받아 들여야 한다면서 노자의 도덕경 63장을 소개 해 주었다.
"어려운 일은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큰 일은 작은 일에서 말미맘는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위운 일에서부터 시작하니
성인은 큰 것에만 집착하지 않지만, 오히려 큰 것을 이룬다"
애, 사추기의 은밀한 감정 다루기에서느 질투, 분노, 수치심, 슬픔, 폭력성등의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배출시키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 자신의 감정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겁이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이중적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감정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면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외로울 때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배울 수 없고, 우둔한 짓을 하지 않으면 지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고통과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행복감과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탐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면서 당당하게 감정과 맞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 다시 세상과 사랑하기 위한 조건에서는 뱀파이어 부모, 구원자 부모 등 자식에게 지나치게 기대거나 자식을 조정하며 구원자 역할을 하는 부모는 되지 말자라는 것이다.
자식에 관한 지나친 감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만을 위한 문화 활동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인생의 수레바퀴를 완성하는 행복 공식에서는 오십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주기를 완성하는 시기로 정의하면서 허황된 꿈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서 하루 하루를 감사하게 보낼 때 행복이 찾아 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내 나이 42살. 이제 50이라는 숫자는 머지 않아 다가온다.
50대가 되어서 죽음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매일 매일 감사하면서 즐겁게 생을 마무리 하려면 40대인 지금 열심히 살아서 하루 하루 후회하지 않는 삶을 꾸려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자식들을 올바르게 독립시키고 나만의 삶을 조용히 준비하려면 경제적인 여유도 미리 생각해 둬야하리라. 멋진 50대가 되기 위해 고민 중인 30대, 40대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