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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레볼루션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2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주혜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4월
평점 :
아이들의 간식거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초콜릿을 꼽는다. 달콤한 맛이 온 입안을 돌때면 초콜릿 특유의 향 또한 코를 간지럽히면서 갑작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는 듯한다. 화가 난 사람에게 초콜릿은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진정제 역할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키워주는 묘약이며,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는 응원의 선물이 되기도 하는 초콜릿. 이러한 초콜릿을 못 먹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기발한 발상아래 쓰여진 동화가 있으니 바로 "초콜릿 레볼루션"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나라의 선거결과, 국민건강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모든 초콜릿과 사탕의 판매가 불법이 되고 이를 어기면 벌금형이나 구속에 처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루 아침에 소중한 음식인 초콜릿을 못 먹게 된 사람들은 초콜릿 대용품을 먹으며 견뎌내지만, 아이들은 달콤한 초콜릿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어른들의 뜻에 따라 가만히 참아 내면 어린이가 아니지. 우리의 주인공 스머저와 헌틀리는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진정으로 초콜릿을 원하는 사람과 파티를 한다. 같은 반 친구이자 청소년 선도단인 프랭키의 고발로 그들의 아지트는 발각당하고 스머저를 당국에 끌려가 정신 개조를 받게 된다. 해리포터의 대부, 시리우스가 아즈카반에서 진실만으로 살아남듯이 스머저는 그들의 정신 개조에서 살아남게 되고, 어른들의 힘을 빌어 국민의 뜻과는 다른 국민건강당의 권력을 빼앗아 버린다. 그들을 괴롭혔던 경감에게 죄값을 치르게 한 방식이 우스웠다. 감옥에 가둔 뒤 지속적으로 초콜릿을 보내어 먹게 하여 초콜릿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뒤 사회에 복귀시키는 아이디어가 정말 유쾌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해 쓰여졌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타인의 의지에 의해 초콜릿이 금지 음식이 되고 초콜릿을 먹으면 처벌을 받게 되자 사람들은 "몸에 좋지도 않는 음식인데, 잘 되었어. 어차피 적게 먹으려 노력했잖아"라면서 자신과 타협한다. 초콜릿이 없어도 견딜 수 있게 되고, 초콜릿 없어도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우리의 자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신의 사상을 발표할 수 있는 자유를 잃게 되어도 불의에 타협하고 불편한 줄 모르고 숙명인 듯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위정자들이 이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달콤한 말로 유혹하면 말이다.
헌틀리의 돌아가신 아빠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표장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의 "올바름"이라는 포장지로 덥혀 있는 수많은 부조리들을 냉정한 시각으로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지옥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정치의 의미, 시민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주고,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을 준 멋진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